문화재委, 보류 예상 깨고 결정 “출처-구입경로 명확하지 않아 세계 最古 금속활자로 볼수 없어… 추가 증빙자료 나오면 다시 조사”
일각에서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라고 주장해 온 ‘증도가자’. 동아일보DB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13일 “서체 비교, 주조, 조판 등 과학적 조사 결과 증도가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로써 증도가자를 둘러싸고 7년 동안 이어진 국가문화재 지정 논란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문화재청은 이날 “문화재위원회(동산문화재분과)가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문화재 지정 심의 결과 부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증도가자 재검증을 진행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이 ‘지정 보류’ 의견을 냈지만 문화재위원들이 부결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정조사단은 재검증에 나섰지만 증도가자의 진위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조사기관들의 검증 결과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증도가자의 위조 가능성을 제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 결과를 보도한 본보 2015년 10월 27일자 A1면.
조사기관마다 의견이 엇갈렸음에도 문화재위가 부결을 결정한 것은 증도가자의 출처와 구입 경로가 불확실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 관계자는 “한 국가를 상징하는 국보, 보물이라면 위조나 도난품 의혹이 없도록 출처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은 “일본에서 증도가자를 구입했다”는 소장자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추가로 받았지만 중간에 활자를 보유했다는 소유자들이 사망해 입증에 한계가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출토지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명문(銘文)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출처를 명확히 규명하기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2013년 소장자가 증도가자와 함께 발견된 고려 유물이라고 주장한 청동초두와 청동수반의 소재가 불분명한 것도 부결에 영향을 끼쳤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