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고뇌하는 최종태 선생’(2011년).
조각가 최종태 선생을 찍었던 경험은 ‘마음이 높은 마음을 만난’ 일이었다. 앞의 마음과 뒤의 마음이 다를 리 없겠지만 내가 만난 건 ‘높은 마음’이었다. 최 선생을 찍는 것은 앞서 언급한 내 나름의 인물사진 찍는 방식이 필요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항상 열려 있었기에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면 됐고, 찍기 위해 내 자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깊고 넓은 그의 마음에 들어갔다 오면 내 마음도 잠시나마 커졌고, 깊어졌다.
최 선생을 찍었던 장소는 서울 연희동 자택이었다. 200m² 남짓한 작업실에는 60년도 넘은 그의 ‘마음들’이 모여 있었다. 선생은 자신이 만든 작품(형태)에 대해 “나는 항상 유동하지만 형태(조각)는 끝나면 그 자리에서 고정되기”에 “내 삶을 가장 구체적으로 표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을 거쳐 선생의 마음으로 나타난 형태(조각)들은 맑은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선생은 2007년 펴낸 ‘최종태 조각 1991∼2007’이란 책에서 부제를 ‘구도(求道)의 길에 세운 선(善)의 모뉴망’이라 달았다. 그가 낳은 형태는 전국의 많은 성당에 걸려 있다. 사진은 연희동 작업실에서 찍은 것으로 형태를 위해 지금도 고민하는 선생의 모습이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