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글로벌 자산 배분을 강조한다.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수년 간 2% 수준인 상황에 전체 자산을 국내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1997년 창업 이후 자신이 한 수많은 결정 가운데 가장 먼저 내세울 만한 것도 해외 진출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럼에도 해외 투자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아직 낮은 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GDP 대비 해외주식 투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45%인 반면 한국은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투자자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국내자산을 해외 자산보다 더 선호하는 국내자산 선호 편향이 유독 강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금융회사들도 투자자들의 이런 태도 변화에 발 맞춰 글로벌 투자 관련 세미나를 잇따라 개최하거나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펀드 수탁금액 기준 국내 1위 삼성자산운용이 최근 6개월 간 출시한 공모펀드 신상품 6개가 모두 해외 펀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춰 새로운 해외 펀드 라인업을 구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펀드가 유행이라고 해서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또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에 ‘몰빵’하는 것도 곤란하다. 전체 자산 가운데 일정 비중을 해외 자산에 배분하는 투자의 기본은 여전히 중요하다.
내게 맞는 해외 투자 상품은
절세 효과 따지는 건 기본…해외주식랩어카운트는 비용 절감 효과
세금만으로 따지면 해외 투자는 이들에게 부적절한 투자 수단일 수 있다. 일반 해외 펀드 투자자는 주식 거래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뿐 아니라 환차익을 얻어도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세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들 자산가들이 이용할 만한 투자 수단으로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와 해외주식랩어카운트, 변액연금 등이 있다. 단 이들 수단은 세제 혜택 조건이나 가입 기간, 납입 한도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투자 목적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가령 40대 중반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5년 간 5억원을 묻어두려고 할 경우 어떤 수단을 이용하는 게 좋을까.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이사는 “이 경우 가입 자격에 제한이 없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나 해외주식랩어카운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액연금은
10년 이상 유지해야 최대 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어 부적절하다.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에 투자하면 해외 주식의 매매 및 평가차익, 그리고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된다. 다만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주식랩어카운트는 배당소득세를 적용하는 일반 해외펀드와 달리 양도소득세로 분리 과세한다(이익금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후 22%의 단일 세율 적용). 이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해 최고 41.8%의 누진세율을 적용받을 염려가 없다.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는 외국의 자산운용사가 해외 주식을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상품이다. 해외주식랩어카운트는 투자자가 증권회사의 도움을 받아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이다. 랩어카운트는 한 계좌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해외 주식 직접 투자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윤영호 금융전문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