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은 고속성장의 정체와 악성부채, 세계경기 침체로 중화학공업 분야 국유기업들의 연쇄 부도 사태가 이어지는 등 재정 금융적 기반이 악화 일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조작국 지정, 고율의 관세 부과, 대출금 회수 등 무역금융 압박을 밀어붙이면 고통이 매우 클 것이다.
화려한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밥을 먹으며 시리아 폭격 소식을 들었을 시 주석은 예측불허의 기습에 매우 당황했을 것이다. 일단 북핵 억지를 약속하며 전술적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갑작스러운 방한도 다소 의외였다. 워싱턴에선 그의 목적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진의를 탐색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북 공격명령은 떨어질 것인가. 국내외 이목은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 일하는 미 금융기관 관계자는 “미국 투자자문사들은 주재국 안보에 이상이 생기면 전용기로 가족까지 미국으로 공수하는 매뉴얼이 있다”며 “투자은행 임원들이 헬스클럽 회원권을 중단하거나 가족을 미국으로 돌려보내면 한국 안보에 이상이 생긴 것이란 말도 있다. 아직 이런 움직임은 없다”고 했다. 국내의 언론들도 미국의 선제타격론엔 부정적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역사에서는 준비된 전쟁이 대부분이었지만 우발적 전쟁도 많았다. 긴장된 군사적 대치 국면에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저지르는 오판이나 어떤 우연한 사건이 북에 대한 응징 보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선제공격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 통일부, 국방부의 입장 표명은 문제가 있다. “전쟁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북 도발 시 한미 연합군이 전면 응징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미국 일본 중국 지도자들이 각자 처한 국내 정치적 입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은 물론 최측근인 사위도 의심을 받는 러시아와의 내통 커넥션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반역죄’ 의혹으로 탄핵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때리기로 정의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트럼프의 미국 내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결기 보이는 지도자 안 보인다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나선 안 된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긴박한 국제정세하에서 치러지는 대선판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공허한 전쟁 반대만 외치는 지도자만 보이고 북의 도발 시 결단코 응징한다는 결기와 강인함을 지닌 지도자는 왜 보이지 않는가.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