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2017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여의도 한강공원과 반포 한강공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청계천 등 4곳에서 동시 개장했다. 올해 야시장은 오는 10월 29일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11까지 열리며, 푸드트럭 142대, 핸드메이드 등 판매 220팀이 참가해 총 362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서울시는 올해 밤도깨비 야시장에 각 장소별 테마도 마련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전세계 음식과 상품을 모은 '여의도 월드나이트마켓(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을, 반포 한강공원에서 무지개 분수와 조명을 내세운 '반포 낭만달빛마켓(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동대문이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패션을 주제로 'DDP 청춘런웨이마켓(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을 주말에 연다. 마지막으로 청계천에서 과거의 향수를 테마로 한 '청계천 타임 슬립마켓'을 주말 오후 4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운영하며, 5월과 8월, 9월, 10월 중 3일 동안은 각 주제에 맞는 '청계광장 시즌마켓'을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 2016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출처=IT동아)
서울시가 2015년 10월부터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먹을거리와 아이디어 상품,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행사로 시작한 밤도깨비 야시장은, 젊은 청년들의 관심과 밤거리라는 특색을 가지고 성황 중이다. 특히, 밤도깨비 야시장은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부터 추진된 '푸드트럭' 사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린다. “푸드트럭이 갈 곳은 밤도깨비밖에 없습니다”라고.
푸드트럭은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푸드트럭 관련 규제를 '손톱 밑 가시'로 언급한 뒤, 같은해 8월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로 관심 받으며 합법화되었다. 당시 정부는 전국 유원지와 관광지, 체육시설, 도시 공원, 하천(강가), 고속도로 졸음 쉼터 등을 영업 지역으로 지정하며, 2,000대 이상이 창업하고 6,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2017년 4월 14일 국무조정실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업을 등록한) 푸드트럭은 448대다. 지역별 편차는 더욱 심화됐다.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푸드트럭은 268대로 전체 절반(60%)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상황. 지난 2월 발표 시 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푸드트럭은 148대로 전체 316대 중 46.8%를 차지한 바 있다. 또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8월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해 푸드트럭 개조를 허용한 뒤 전국에서 구조변경한 차량은 1,500대에 달하지만, 현재 합법적으로 영업 중인 트럭은 448대(30%)에 불과하다. 이중 대다수는 불법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2017년 2월 기준 지역별 푸드트럭 통계 >(출처=IT동아)
지난 2013년부터 푸드트럭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현재 푸드트럭을 활용한 사업을 창업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얼마 전, 국내 언론에서 로봇이 피자를 만들고, 배달 차량에 오븐을 달아 배달하면서 굽는 '줌 피자(Zume Pizza)' 소식을 전했다. 줌 피자는 로봇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접목해 차세대 4차 산업혁명 서비스 사례로 주목받았다. 로봇이 만든 피자라는 말로. 하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피자를 굽는 제조 과정을 배달하는 차안에서 진행, 고객에게 배달되기 바로 전 완성해 바삭한 피자를 전달하는데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불법으로 규정된다. 이게 현실”이라며 한탄했다.
< 줌 피자 >(출처=IT동아)
덧붙여 그는 “미국은 다양한 푸드트럭과 관련 산업이 발전했다. 스마트폰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주문을 받아 이동하는, '유타컵밥'과 같은 푸드트럭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끌은 푸드트럭 운영자가 한국인이다. 물론, 미국은 주마다 법과 규제가 다르고, 심지어 세금도 다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푸드트럭 산업과 미국을 비교해 보면 너무나 많은 차이가 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국내 푸드트럭은 천편일률적으로 똑 같은 1톤 또는 1.5톤 트럭을 개조해 운영한다. 하지만, 미국은 버스나 웨건, 트레일러 등을 개조한 푸드트럭도 운영한다. 오토바이도 다닌다. 조악한 비유지만, 다르게 보면 이게 국내 규제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푸드트럭,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었지만
현재 영업자가 푸드트럭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단계를 따른다.
1. 푸드트럭 영업자 모집 공고(국가 및 지자체, 민간)
2. 사업자 선정(국가 및 지자체, 민간)
3. 자동차 구조변경(교통안전공단)
4. 자동차 구조변경 시공(자동차정비업체)
5. 액화석유가스 안전검사(한국가스안전공사)
6. 자동차 구조변경 완료(자동차정비업체)
7. 자동차 구조변경 적합 여부 검사(교통안전공단)
8. 위생교육(위생교육기관, 제과협회, 휴게업중앙회)
9. 건강진단(보건소, 병원, 의원)
10. 영업신고(시군구 위생담당 부서)
11. 영업신고 변경 및 폐업(시군구 위생담당 부서)
먼저, 영업자 모집 공고 시, 국가 및 지자체 그리고 민간업체는 영업 관련 내용을 공고한다. 이 때 영업자 수와 장소, 기간, 영업시간, 업종(업태) 등을 밝히고, 푸드트럭 사업자에게 사업계획서(안)을 제출 받는 것. 이 때, 푸드트럭 영업자에게 영업신고증과 푸드트럭 보유 여부를 묻지 않는다. 영업신고증은 푸드트럭 영업자가 영업지를 확보한 경우, 식품위생담당부서에서 승인 발급하는 것으로 공모에서 제출서류로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푸드트럭 역시 공모 단계에서 보유를 입찰조건으로 내세울 경우, 낙찰 시 영업자가 피해를 당할 수 있기에 조건에서 제외한다.
푸드트럭 장점은 이동성이지만
현장과 규제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푸드트럭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성이지만, 영업할 수 있는 입지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운영할 수 있기에 이동성을 발휘할 수 없다. 더구나 식품위생법상 푸드트럭 영업 지역은 관광지와 체육시설, 도시공원, 하천(강가), 고속도로 졸음 쉼터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시행 초기 정부가 전국에 약 3,000여개 장소를 입지로 선정했다지만, 푸드트럭 영업자들은 실질적으로 그곳에서 운영해도 '먹고 살 수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날씨가 추운 겨울이나,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는 하천이나 강가 주변에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입지는 3,000여개라지만, 사람이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고 푸드트럭 영업자들은 어필한다. 이에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권을 영업장소로 희망하지만, 모집 공고하는 장소는 손님 끌기가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 2015년 7월 경기도가 진행한 창업지원 프로젝트 '굿모닝 푸드트럭' >(출처=IT동아)
문제는 여기서 한단계 더 발생한다. 좋은 조건의 입지는 공정한 경쟁과 선정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올해 밤도깨비 야시장의 경우를 살펴보자. 약 300개의 푸드트럭 영업자가 신청했지만, 선정된 푸드트럭 영업자는 142개다. 나머지 160여 개 푸드트럭은 지자체나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몫이 좋지 않은) 곳으로 떠다녀야 하지만, 이 마저도 녹록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밤도깨비 야시장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행사나 지역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일부 지역은 입점료와 수수료가 높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
규제 풀었다지만, 현실은…
정부도 할 말은 있다. 푸드트럭 영업장소는 지속적으로 확대했다는 것. 합법화 초기 영업장소가 유원시설로만 한정되었지만, 2015년 8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체육시성과 하천 등 8개 구역 외에도 각 지자체에서 조례로 영업장소를 정하도록 자율권을 부여했다. 실제로 2014년 8월 유원시설, 10월 도시공원과 하천부지, 관광(단)지, 체육시설로 영업장소는 늘어났으며, 2015년 들어 5월 27일 대학, 7월 21일 고속도로졸음쉼터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동영업도 이미 지난 2016년 7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합법화했다. 당시 푸드트럭 영업자가 장소를 옮기려면 별도로 영업신고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기존 영업신고증과 영업장 사용 증명서만 제출하면 되도록 개정하고(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 방문 신고해야 하는 절차도 온라인을 통해 할 수 있도록 바꿨다. 하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으로 서울 서초구와 수원시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이동영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 서울시 서초구가 시범 운영 중인 이동영업 >(출처=IT동아)
식약처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업장소 발굴과 보급을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 및 사업자와 협업하겠다는 입장이다. 밤도깨비 야시장과 같은 지역축제와 전통시장 등과 연계한 사업모델을 늘려가겠다는 것. 실제 올해 4월부터 11월 사이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에 푸드트럭 존을 설치해 30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6월과 8월 사이 전북 군산 내항 주변에 푸드 트레일러 20여 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지역축제에 푸드트럭 도입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 2016년 전국 96개 축제에 총 614대의 푸드트럭이 운영했지만, 올해는 206개 축제에 1,544대로 확대되었다는 것. 특히, 서울시와 세종시의 푸드트럭 축제에 영향을 받아 경기도와 대구, 울산 등 지역 축제에 푸드트럭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한편, 자정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서울시, 경기도, 경상남도 등은 푸드트럭 확대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지자체는 기존 상권과 갈등 등을 우려해 영업장소 확대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향후 행자부와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지자체에서 푸드트럭 영업장소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설명회과 교육, 지자체 평가 반영 등을 통해 독려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푸드트럭 영업자는 “푸드트럭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밤도깨비 야시장'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선정되기 위한 선발 과정을 진행하는데, 서울시가 아닌 지정 대행사가 따로 선정한다. 그리고 업체 선정 뒤에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푸드트럭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자동차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불만이 발생한다. 내외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단체나 집단이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현장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규제와 규제개혁 사이'는 빠르게 발전하는 ICT 산업과 기존 산업이 융합하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 방향으로 가는게 바람직한지 고민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사합니다. 다만, 기존 산업의 테두리 안에서 예상 못한 일이 등장합니다. 이에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자 합니다. 관련해 논의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으신 분은 IT동아 앞으로 메일(tornadosn@itdonga.com)을 주시기 바랍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