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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의 取中珍談]가짜 중국 진짜 중국

입력 | 2017-04-15 03:00:00


하종대 논설위원

중국인 대부분은 중국이 다수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됐다고 믿는다. 중국의 모든 인구통계 자료는 91.5%의 한족과 나머지 소수민족으로 돼 있다. 하지만 란저우(蘭州)대 셰샤오둥(謝小東) 교수 논문에 따르면 한족은 하나의 민족이 아니다. 한족 내부의 유전적 차이가 이민족보다 크다. 2007년에 나온 이 논문은 욕설만 먹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집단시위, 언론엔 없다

2015년 중국에서 일어난 집단시위는 2만8950건이다. 2011년에는 무려 18만2500건으로 매일 500건꼴이라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는 50여 개 독립단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무력 투쟁을 벌인다. 하지만 중국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국인에게 중국은 매우 평화로운 나라일 뿐이다.

6, 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인에게 매우 성공적인 회담으로 비친다. 신화통신은 “이번 회담으로 45년 양국 외교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높이 평가했다. 북핵이나 남중국해 영토 갈등에서 어떤 의견 차가 있었는지는 언급조차 없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뒤 열린 4차례의 미중 회담에서 유일하게 공동 성명이나 회견이 없었지만 중국 언론은 전 세계가 찬양했다고 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집권 2기(2007∼2012년)를 앞두고 1년 남짓 중국의 미래 방향을 학자들에게 집중 연구시켰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및 유럽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선호됐지만 중국 지도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정치제도를 결합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이후 중국에서 정치 개혁이나 민주화는 금기어가 됐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사이엔 자국 정부와 같은 입장이 다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경제보복 조치엔 이견이 많다. 하지만 중국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 기고나 코멘트는 찬성 일색이다. 반대를 표명한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이나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교수 등은 은퇴했거나 은퇴 직전이어서 비교적 의사표현이 자유로운 인물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한파(知韓派) 교수들은 기고는커녕 코멘트조차 꺼렸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의 사드 배치 여론을 잘못 보고했다가 문책 위기라고 한다. 사회·복지는 물론이고 외교안보까지 한국처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지중파(知中派)를 위주로 탐지한 여론은 전체 의견과 크게 다를 수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사드 반대로 봤다면 큰 오산이다. 5일간의 방한을 마치고 14일 돌아간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실상을 제대로 전할 것으로 믿는다.

‘가짜 환경’에 언제까지 속을까

중국에서 구글 정보 검색과 페이스북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처럼 검열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8억 명이 가입한 중국의 위챗(微信·웨이신)엔 실명 및 얼굴사진을 넣은 사람이 30%도 안 된다. 감시의 불똥이 언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언제까지 자국민의 눈과 귀를 ‘가짜 환경(Pseudo-environment)’ 속에 가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의 탄핵 사태를 보면서 “천조(天朝·중국 조정)에서는 언제나 가능할까”라며 부러워하는 반응이 많았다는 사실을 중국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 같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