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크랜베리스의 ‘Zombie’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지도자의 조건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십니다. 다만 그런 기도의 응답은 역사상 이루어진 경우가 거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죠.
좀비는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살아 있는 시체입니다. 선동에 넘어간 대중도 일종의 좀비들이라 할 수 있죠. 인간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모르는 이유는 ‘자기애적인 기만’ 때문입니다. 자신을 더 좋은 존재로 믿고 싶어 하니까요. 그 근본은 불안입니다. 못난 것을 들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신과는 다른, 잘 알지도 못하는, 자기보다 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알려진 존재를 무조건 믿고 따르면 자신도 최소한 비슷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것입니다.
따뜻하고 강력한(warm & firm) 지도자가 되기는 정말 힘듭니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따뜻해야 하지만, 강력하려면 일관적이어야 합니다. 따뜻함과 강력함을 이어주는 다리는 ‘민감성’이죠. 상대방을 잘 파악해서 상대방과 조율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민감한 사람의 관상은 편안하고 감정이 잘 표현되는 얼굴입니다. 굳어 있지 않고, 과도하게 억제하거나 폭발하지 말아야 하죠. 전 대통령의 표정을 상기해 보세요. 우리 대선 후보군 중에 그런 표정을 일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잘 찾아보세요. 급하니까 관상이라도 잘 보자고요.
예전에 ‘비판적 지지’라는 요상한 낱말이 유행했었습니다. 그 말이 지금도 통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좀비가 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면 각자의 신념에 가장 가까운 ‘비판적 지지’가 필요한 때입니다. 속상하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다들 하는 말들이 하도 왔다 갔다 해서 관상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