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맛’만이 아닌 ‘미래의 맛’을 찾기 위해 순대를 파고든 끝에 책까지 출간한 육경희 대표가 순대요리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제공 ㅣ 희스토리푸드
■ 순대전문음식점 ‘순대실록’ 운영 희스토리푸드 육경희 대표
순대맛집 찾아 방방곡곡 ‘순대의 달인’
우리의 맛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파
매장·제조회사·식재료 농장 직접 경영
요즘은 ‘순대’하면 이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순대를 논하고자 한다면 이 사람의 이름을 빼놓고는 한 입도 떼기 힘들 것이다. 현재 매장 7곳, 유통회사와 순대제조회사, 식재료 조달을 위한 농장까지 갖춘 희스토리푸드의 수장으로 순대전문음식점 ‘순대실록’을 운영하고 있는 육경희(54) 대표다.
“처음에는 맛있는 순대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맛있는 순댓국을 맛보기 위해 전국을 돌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길거리 음식으로 치부하던 순대야말로 진정한 소울푸드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지역마다, 식당마다, 심지어 주인에 따라서도 순대는 달랐다. 용인 제일식당의 백암순대는 소창을 사용하고 양배추를 많이 넣어 단맛이 강했다. 서울 마장동의 왕순대집은 대창순대임에도 잡내가 거의 없었으며, 담양 청운식당의 순대는 프랑스 순대 부댕 누아르 오 조뇽과 비슷했다. 전주 피순대는 초콜릿처럼 진하고 부드러운 갈색순대로 껍질이 부드러워 먹기에 편했으며 함양 병곡식당은 지리산 흑돼지를 사용해 진한 맛을 냈다. 육대표는 “지역마다 순대에 녹아있는 문화의 깊이에 놀랐다”고 했다.
● 보석 같은 국물을 만들기 위해 365일 쉬지 않는 솥
그렇다면 육대표가 운영하는 ‘순대실록’의 순대는 어떨까.
“순대시장을 살펴보니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만드는 당면순대시장과 지역순대시장으로 정확히 나누어져 있었다. 나는 이 틈에서 어떤 순대를 만들어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창기에는 입에 쩍쩍 들러붙는 진한 사골국물을 냈다. 다들 맛있다고 해주었지만 두 번은 오지 않더라(웃음).”
순대실록에서는 365일, 24시간 내내 다섯 개의 솥 가마가 끓는다. 여름에는 14시간, 겨울에는 16시간을 끓여 육수를 만든다. 육대표는 “우리 국물은 정말 아끼는 보석이다”라고 자부했다.
육대표에게 “실은 며칠 전에 순대실록 순댓국을 먹어봤다”고 털어놨다. 먹어본 순댓국에서는 고소하고 깊은 ‘순대의 향’ 같은 게 담겨 있었다. 간이 미리 맞춰져 나온 것도 신기했다. 셰프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국물은 적당히 끈적이면서도 뒷맛이 개운했다. 이 말을 하자 육대표가 “예리하시다”며 웃었다.
‘향기있는 순대’의 비밀은 속 재료였다. 순대 특유의 냄새를 잡기 위해 27가지의 재료를 넣었다. 냄새가 가장 덜 나는 소창을 사용했고 기름기를 꼼꼼히 제거했다. 돼지고기는 산폐가 빠르기 때문에 7시간이 지나면 폐기한다.
육대표은 “아직도 순대가 고프다”고 했다. 우리 옛 순대의 완벽한 복원을 위해 레시피를 어렵사리 확보해 두었다. 미처 담지 못한 자료와 이야기들을 모으고 보강해 ‘순대실록2’도 내고 싶다. 그리고 종내 우리 순대의 맛을 세계인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은 거다.
마지막으로 육대표가 전해 드리는 순댓국 맛있게 먹는 꿀팁. 소금보다는 새우젓으로 간을 해 먹어라.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새우젓과 함께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는 부추. 부추는 따로 먹지 말고 순댓국에 넣어 먹는 걸 추천한다. 이를 위해 순대실록에서는 겉절이가 아닌 생 부추를 내고 있다.
● 육경희 대표
▲1963년 전주 태생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석사과정(호텔외식급식경영학) ▲한정식집 ‘남도이야기’를 시작으로 외식업 시작 ▲순대실록, 핏제리아오 운영 ▲현 희스토리푸드 대표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