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영남 파워기업]“한국맥주가 맛이 없다고?” 수제맥주 열풍 이어가는 울산 토종기업

입력 | 2017-04-17 03:00:00

<53> 비어포트




울산 울주군 언양읍 수제맥주 전문회사인 비어포트의 양조장에서 직원들이 맥주를 만들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 과거 한 외신기자가 한국 맥주를 이렇게 표현했다. 국내 맥주업계는 발끈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3개 맥주업체가 80여 년간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면서 맥주의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것. 수입 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소규모 양조장의 ‘크래프트’(수제) 맥주 열풍이 확산되는 이유다.

‘맛없는 한국 맥주’라는 인식을 깨 세계 맥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크래프트 맥주회사가 있다. 수제맥주 ‘트레비어(Trevier)’를 생산하는 울산의 ㈜비어포트. 울주군 언양읍에서 국도를 따라 경북 경주 방면으로 승용차로 5분쯤 가면 왼쪽에 나타나는 붉은 벽돌건물이 바로 비어포트 본사다. 사무실과 양조장 시음장 보관창고가 모두 이곳에 있다.

비어포트는 맥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맥아(麥芽)와 홉(Hop) 효모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맥아는 독일 밤베르크의 바이어만사에서 수입하고 있다. 효모는 맥주 효모 전문연구소인 화이트랩사와 와이이스트 사의 검증된 균주를 분양받아 사용 중이다. 맥주의 향과 고미(쓴맛)를 더해주는 홉은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미국과 독일에서 직배송으로 받는다.

이 회사의 맥주는 8개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먼저 맥아를 빻아 겉과 속을 분리한 뒤 빻은 맥아를 따뜻한 물과 섞어 전분을 당으로 전환시킨다. 여과 과정을 통해 투명한 맥즙만 추출한 뒤 맥즙을 끓여 살균한다. 살균된 맥즙에 홉을 첨가하여 항미를 더한다. 이어 남은 찌꺼기와 맥즙을 원심분리해 섭씨 100도로 끓여 깨끗한 맥즙을 얻는다. 이 맥즙을 11∼18도로 급속 냉각한 뒤 효모를 맥즙에 넣고 약 일주일간 1차 발효시킨다. 마지막으로 효모를 1차 제거한 뒤 숙성조에서 약 한 달간 숙성하면 맥주가 생산된다.

비어포트가 생산하는 맥주는 총 8종류. 필스너(알코올 도수 4.5도)는 시원하고 목 넘김이 깔끔하다. 독일 남부 스타일의 바이젠(4.5도)은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거품 등 맥주의 아기자기한 맛을 자랑한다. 둥켈(4.5도)은 검붉은 색의 볶은 맥아를 사용해 짙은 검은색 맥주로 고소함과 풍부한 거품이 특징. 임피리얼 스타우트(8.5도)는 부드러운 거품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호피라거(5.0도)는 상쾌한 청량감과 깊은 풍미가 인상적이다.

밝은 오렌지 빛의 페일에일(5.0도)은 홉의 쌉쌀함이 특징이다. 미국 동부 스타일의 인디아 페일에일(6.0도)은 강렬한 홉의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며, 세종(5.0도)은 갈증을 씻어주는 시원한 맛에 달콤함까지 더했다. 생산된 맥주는 20L 용기인 케그(KEG)에 보관돼 전국에 판매된다. 비어포트가 생산하는 맥주는 연간 40만 L. 전국의 소규모 맥주 제조사(연간 맥주 생산량 75만 L 이하) 90여 곳 가운데 생산량 기준으로 비어포트는 10위권 안이다.

비어포트는 뷔페를 운영하던 황동환 회장(53)이 독일 여행 중 수제맥주 맛에 반해 2003년 울산에 수제맥주 레스토랑을 창업한 것이 시초다. 수제맥주의 외부 판매가 가능해진 2014년 지금의 울주군 언양읍 창고를 구입해 개조한 뒤 본격적인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기존 양조장 옆에 2양조장을 올해 안으로 완공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트레비어는 지난해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만찬주로 선정되는 등 전국으로 판매망을 늘려 나가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