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정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넥센의 새로운 ‘히트상품’은 외야수 이정후(19)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넥센에 1차 지명된 그는 고졸 신인으로 데뷔 첫 해부터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버지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 덕에 ‘바람의 손자’로 불리고 있지만, 부친의 후광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이정후는 이종범 위원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진출한 1998년 일본에서 태어나, 이 위원이 KIA로 돌아간 2001년부터 광주에서 생활했다. 4살 때부터 지낸 광주가 사실상의 고향이다. KIA의 주축 타자인 아버지를 보며 광주 서석초등학교와 무등중학교에서 야구를 했고, 이 위원이 은퇴한 2012년 중학교 2학년 때 서울 휘문중으로 전학했다.
넥센은 14일부터 16일까지 KIA와 원정 3연전을 치렀다. 시범경기 때도 만나지 않았기에 이정후의 프로 첫 광주 나들이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며 자라 야구가 하고 싶었다. 서울로 이사 간 뒤 종종 놀러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경기를 치르기 위해 오니까 기분이 남다르다. 물론 경기할 땐 다른 구장과 똑같은 것 같다”며 웃었다.
만약 이정후가 광주에 남아 운동을 했다면, KIA에 연고지 1차 지명을 받을 수도 있었다. 당사자인 그는 덤덤하게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바라봤다. 이정후는 “(광주·전남 지역) 동기들 중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런 생각은 못해봤다. KIA에 지명 받은 친구(유승철)도 잘 하는 선수”라고 밝혔다. KIA는 순천 효천고 출신 우완투수 유승철(19)을 1차 지명했다.
이정후는 고졸 신인으론 이례적으로 첫 해부터 풀타임에 도전 중이다. 최근 들어 대형신인이 사라지면서 1군 선수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이정후는 다르다. 수많은 새 얼굴을 배출한 넥센의 신인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 장정석 감독도 “잘 하는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웃음을 짓고 있다.
그러나 고교 야구와 달리, 프로는 장기레이스다. 체력에 대한 과제는 분명하다. 소속팀의 코칭스태프가 있기에 야구에 대한 조언을 하지 않는 아버지 이종범 위원도 체력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정후는 “원정 땐 아버지께 먼저 전화를 드린다. 계속 경기를 하고, 이동도 많으니 체력관리를 잘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쉴 때 잘 쉬어야할 것 같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많이 자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