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 새 정부, 美와 불협화음은 北이 바라는 일”

입력 | 2017-04-17 03:00:00

美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장 제임스 퍼슨 박사




제임스 퍼슨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장은 미국 내 한국 연구가 지나치게 정치 안보 현안 위주로 다뤄져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 연구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깊이 있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 방안도 모색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워싱턴(미국 외교가)의 한국 연구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인 우드로윌슨센터 내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장을 맡고 있는 제임스 퍼슨 박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워싱턴의 많은 싱크탱크들이 한국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같은 최신 현안에만 관심을 가져 왔다”며 “한국과 한반도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 방법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를 이끌고 있는 퍼슨 박사는 한국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다. 워싱턴의 많은 한국 전문가들이 정치학, 경제학,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역사를 중심으로 한 장기적이고 깊은 연구를 지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퍼슨 박사는 “앞으로 ‘폭넓은 역사적 민감성(broader historical sensibility)’을 바탕으로 한국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역사학적 담론을 도구로 활용하면 현재 한반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정치와 외교안보 이슈뿐 아니라 역사, 문화, 교육에 대한 연구와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는 최근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담은 영화 ‘국제시장’을 미국 대학가에서 상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한국 관련 문서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퍼슨 박사는 “현재 소장 중인 한국과 북한 관련 외교문서들을 단순히 소장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연구에 활용하려고 한다”며 “북한과 과거 북한의 우방이었던 공산권 국가들의 외교문서 분석을 통해 한국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올해 ‘6월 민주항쟁’ 30주년인 만큼 민주화 발전 과정에 대한 문서 연구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과 함께 진행하려고 한다”며 “한국 민주화가 얼마나 성장했고 튼튼한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에 퍼지고 있는 미국발 ‘4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서울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얼마 안 떨어져 있어 사실상 ‘인질’이라는 점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선제공격 같은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분야 인사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의 위험성을 잘 아는 만큼 미국이 한국과 협의하지 않고 북한과 관련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다음 달 10일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등장한다는 점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가장 큰 우려 요소라고 지적했다. 퍼슨 박사는 “누가 당선되든 한국의 새 대통령은 북한에 더 적극적으로 간여(engage)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불협화음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한미 간 불협화음이 있었고, 이로 인한 어려움도 컸다”며 “이런 상황은 북한이 바라는 것인 만큼 한국과 미국은 불협화음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