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5당의 대선 후보들이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과학’이라는 단어는 딱 두 번 나온다. 과학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어야 하며(22조 2항), 과학을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하자(127조 1항)는 이야기다. 국가 최상위 법인 헌법을 만들던 사람들에게 과학이란 경제 발전을 위한 하나의 요소였다.
문제는 현재와 과거의 상황이 다르다는 데 있다. 국내 산업은 고도로 성장해 이미 세계적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고, 경제 규모도 선도적 위치에 올랐다. 지금처럼 경제라는 잣대만으로 과학을 재단해야 할 것인지 깊이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코앞이다. 모든 후보가 너 나 할 것 없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전히 과학기술을 연구해야 우리나라가 더 잘살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정부도 대부분 과학을 경제로 재단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과학을 통해 탄소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꾀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걸었고, 박근혜 정부 때는 과학과 정보통신을 합쳐 국가 경제 성장의 기틀로 삼자는 ‘창조경제’를 기치로 세웠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성공한 포석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원인이야 여러 시각에서 분석해 볼 수 있지만, 기초과학과 산업기술 사이의 균형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이 단계라면 산업계에서 필요한 지식을 요구받던 ‘주문식 연구’의 한계를 넘어선다. 누군가는 자연현상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자율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그런 노력이 쌓여야만 혁신의 토대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탓은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과학기술계 역시 시대의 변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그간 답답함이 많았을 과학기술계도 다양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과학단체마다 의견을 내놓기 위해 각종 토론회, 세미나를 마련하고 있고, 이때마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과학의 권익과 발전을 명시한 새 헌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들린다. 국내 과학기술인들이 만든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에서는 대선 후보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과학기술 지원정책 타운미팅’이란 행사를 열어 그 내용을 정리하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과학계의 노력은 물론 긍정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자 개개인의 고충과 정부 정책의 괴리만을 살피고 있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