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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자리

입력 | 2017-04-18 03:00:00


청와대의 경제금융비서관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산하 6개 비서관 가운데 선임으로 경제계에선 ‘왕비서관’으로도 불린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핵심 경제부처를 총괄하면서 굵직한 경제정책을 주무른다. 기획재정부에서 잘나가는 1급(이사관) 관료를 뽑아 쓰고 차관으로 승진시켜 주는 엘리트 코스다. 정권 출범 초엔 서로 가겠다고 손을 드는 자리다.

▷이명박(MB) 정부 초대 경제금융비서관은 ‘고졸 신화’로 불리는 김동연이었다. 기재부 복귀 후 예산실장, 2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으로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첫 경제금융비서관 주형환도 기재부 1차관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발탁됐다. MB 정부 두 번째 경제금융비서관 임종룡은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NH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금융위원장에 중용된 드문 케이스다.

▷핵심 요직이라 정권 말기엔 부담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MB 정부 말기 경제금융비서관 윤종원은 대통령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청와대를 빠져나와 워싱턴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로 갔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가까운 그가 국내에 있었더라면 차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관가에 돌았다. 그의 후임으로 4개월짜리 경제금융비서관을 겸임한 최원목 국정기획비서관은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권 승계라도 전 정부 청와대 출신은 기피 대상인 것이 요즘 세태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김철주 경제금융비서관이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부소장으로 간다고 한다. IMF나 세계은행(WB) 같은 번듯한 국제기구가 아니라 격에 맞지 않는다는 뒷말이 나온다. 정권이 바뀌면 팽(烹)당할 건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폐족(廢族)이 된 청와대 참모들 처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관료 출신 청와대 참모들에겐 ‘부역자’ 낙인이 찍힌다. 세금으로 키운 엘리트 관료를 전 정부 청와대 근무경력만으로 꼬리표를 달아 물 먹이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