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솔직히 나도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취업은 어느 한 가지만 보고 뽑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취업이란 과정은 내가 들어본 나라 중에서는 가장 복잡하며 힘든 과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한국어를 잘하는 것 외에도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성격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운 좋게 취업했다고 하더라도 한국 직장 문화와 한국인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인 중에서도 회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업무보다 사람 때문에 퇴사했다는 경우가 더 많다.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눈치게임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유형을 3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상상해 보자. 만약 한국인하고 구별이 잘 안 되는, 몽골 출신의 나 같은 사람이 “대박” “역시”라고 사무실 사람들 앞에서 외친다고 해보자. 나에게 반응을 보여줄 한국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외국인같이 생긴 백인이나 흑인이 “대박” “역시”라고 외친다면 그 반응은 완전히 다르다. 그 외국인이 마치 엄청난 일을 해낸 것처럼 한국인들이 바라볼 것이다.
그들은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며 알아도 잘 모르는 척하는 게 더 유리하다. 그들은 한국 문화와 언어를 잘 알려고 노력하면 잦은 야근과 술자리가 따라온다고 한다. 결국 할 것만 하고 근로계약서에 따라 정시에 퇴근한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친구들이다. 나는 이런 사람을 ‘금수저’라고 말한다. 내 주변에 이 같은 금수저들이 몇 명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영어를 모르고 한국어만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외국인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편한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일만 하는 것이다. 회사 동료들과 굳이 대화를 많이 할 필요 없이, 누가 눈치 주면 모르는 척하고 퇴근 시간을 지켜 나가는 것이다. 어렵긴 하지만 사무실에서 외국인에게 기대하는 건 한국인에 대한 기대치와는 다르다. 이 들이 만약 한국 회사에서 일한다면 한국인과 같아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은 ‘은수저’에 속한다.
마지막 유형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막노동 시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어쩌면 제일 약자다. 한국어는 물론이고 한국 문화를 열심히 배울 수밖에 없다. 모르면 당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악착같이 배워야 한다. 나는 이런 분들에게 내가 하는 방송을 통해 할 수 있는 한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특히 한국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한국어 수업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해 전달한다. 처음엔 몇백 명, 며칠 후에는 몇십만 명이 방송을 조회한 것을 보고 일하는 보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