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50대서 문재인-안철수 지지율 교차 왜?

세대 분화가 뚜렷한 5·9대선 승패의 열쇠는 40, 50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유권자 분포에서 덩치가 가장 크다. 두 연령대는 전체 유권자의 40.5%에 이른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이들 세대가 주목받는 건 덩치 때문만은 아니다. 양강 후보의 지지율 역전 현상이 정확하게 이 연령대에서 이뤄지고 있어서다. 왜 40, 50대에서 이런 ‘골든 크로스’ 현상이 나타날까.
○ 40, 50대에서 나타나는 ‘4 대 2 공식’

조선일보가 17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40대에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5.9%,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9.1%의 지지를 받았다. 50대에선 거꾸로 안 후보의 지지율이 42.5%, 문 후보가 26.6%였다. 같은 날 보도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40대 지지율은 △문 후보 50.9% △안 후보 32.6%, 50대는 △안 후보 49.6% △문 후보 29.2%였다.
1958년생부터 1977년생인 이들은 경제 고속 성장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한 세대다. 그럼에도 전혀 다른 표심을 보이는 건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연령 효과와 함께 ‘코호트(cohort·통계적으로 동일한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집단)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진보 성향 강한 40대

중앙일보 조사에선 40, 50대의 이념 성향이 큰 차이를 보였다. 40대는 스스로 보수라는 응답이 18.8%, 중도 32.2%, 진보 44.5%로 ‘진보 성향’이 절반에 육박했다. 전 세대에서 진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반면 50대는 보수 27.9%, 중도 36.5%, 진보 27.7%로 ‘중도 비율’이 높았다. 50대에서 보수라는 응답이 40대보다 9.1%포인트 높아진 건 전형적인 연령 효과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40대의 진보 성향이다.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치열하게 민주화 운동을 벌인 세대는 50대다. 이른바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이 현재 50대의 주축 세력이다. 반면 40대의 상당수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제도적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대학과 직장 생활을 한 이른바 ‘응팔(응답하라 1988)세대’다. 그럼에도 40대에서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높은 건 두 가지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40대 상당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극도의 취업난에 시달렸다는 공통분모도 있다. 유홍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외환위기로 취업난을 겪은 40대는 현재 20, 30대가 겪고 있는 사회 진출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들과 비슷한 변화 욕구를 갖고 있다”고 했다. 40대의 공통 경험이 가져온 ‘코호트 효과’다. 특히 육아와 부모 봉양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절감하고 있는 세대(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라는 것이다.
○ ‘전략적 투표’에 나선 50대
50대가 안 후보에게 쏠린 데도 ‘코호트 효과’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50대 대통령론’을 내세우고 있다. 의사에서 벤처사업가로, 교수로,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한 그에게 동년배인 50대가 ‘자기 열망’을 투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혁적이면서도 안정지향적인 50대의 성향이 안 후보를 더 지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50대가 ‘신(新)중도층’으로 전략적 선택을 이끌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 ‘국민 살림살이를 향상시킬 후보가 누구냐’고 묻자 50대에서 안 후보라는 응답은 31.3%로 일반 지지율(42.5%)보다 11.2%포인트 떨어진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라는 응답(9.1%)은 일반 지지율(5.5%)보다 3.6%포인트 높아졌다. ‘안보 상황에 잘 대처할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50대에서 안 후보를 선택한 비율(23.0%)은 크게 낮아진 반면 홍 후보라는 응답(11.4%)은 올라갔다.
이재명 egija@donga.com·정동연·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