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근대 통계학은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인구통계학자로 꼽히는 존 그랜트(1620∼1674)는 런던 시민의 사망률을 조사해 당시 창궐했던 페스트의 양상을 분석했다. 네덜란드의 통계도 출생, 사망 조사에서 출발했다. 1895년 인구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됐고 19세기 말 통계 수요가 크게 늘자 1899년 1월 아예 통계청을 세웠다. 당시 여러 부처에서 제각기 통계를 생산했는데,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인구,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
네덜란드 통계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했다. 먼저 통계의 표준화를 추구했다. 컴퓨터가 대량으로 보급된 뒤에는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만들었다. 통계 생산 및 유통의 효율화도 부단하게 노력했다. 2010년대 빅데이터가 큰 주목을 받자 효율성을 간파하고 적극 수용했다. 별도 조직까지 만들었고 통계 수집 방식 자체를 크게 바꿨다. 과거 물가상승률을 조사할 때는 조사원들이 직접 가게를 찾아 샘플 제품의 가격을 일일이 기록하고 가격의 평균을 낸 뒤 물가상승률을 산출했다.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었지만 빅데이터를 도입한 뒤에는 매장 계산대에서 거래정보(바코드)를 얻어 물가상승률 산출에 활용한다.
한국의 공공 통계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세부 항목에 따른 구체적인 통계가 부족할 때도 많다.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공공기관에서만 필요한 ‘관급’ 통계도 많다. 민간에서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통계도 넘쳐난다. IT 시장분석기관 IDC는 올해 전 세계 빅데이터 및 분석 시장이 1500억 달러(약 171조 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에서 수집한 양질의 통계를 토대로 민간에서 부가가치를 올려 다양한 통계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정보는 공유하고 새롭게 가공할 때 그 가치가 더 커진다.
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