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서 “도우려다 불상사 죄송… 검찰의 경제공동체 주장은 잘못”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재판에 넘겨진 17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앞에 나서서 (미르·K스포츠재단 일을) 해달라고 말씀하신 건 아니다”라며 “조력자이자 40년 지기로 (도우려고 했는데) 고영태(41·구속)와 차은택(48·구속 기소) 얘기를 많이 들어 이런 불상사를 일으킨 거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감옥까지 가고 실형까지 받아야 하는 것에 죄송하고 국민 여러분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처럼) 사심 없는 분이 기업들을 강탈해 제 사익을 추구하게 했다면, 제가 이 자리서 목숨을 끊겠다”며 자신과 박 전 대통령의 결백을 주장했다.
최 씨는 피고인 신문 내내 박 전 대통령을 적극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퇴직 이후를 대비해 미르재단 등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검찰 측 신문에 “제가 아는 대통령은 퇴임 이후 그런 생각도 하지 않고 사심 있는 분 아니다”라며 “그렇게 모욕적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최 씨는 이날 줄곧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과 관련된 문제는 모두 고 씨와 차 씨의 책임으로 돌렸다. 최 씨는 “미르재단에 제 사람이 없고 K스포츠재단도 전부 고영태 사람”이라며 “차은택 고영태 두 사람을 대통령 측근에 두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단 설립의 물밑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검찰 측 추궁에 최 씨는 “이현정(고 씨 지인)과 최철(전 문체부 장관 보좌관)이 실세 노릇을 했고 저는 허세 노릇을 했다”고 답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