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라 죄송합니다―여섯 번째 이야기
“평생 비계인(비정규직·계약직·인턴)으로 일하면 어쩌죠?”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이윤재 씨(25·삽화)는 현재 공공기관 시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월급은 100만 원. 1년 단위 ‘쪼개기 계약’은 딱 1회 연장할 수 있다. 4월말 계약이 끝나지만, 재계약 이야기는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퇴근 후엔 주 2일, 3시간씩 보습학원에서 일한다. 기관에서 버는 돈에서 식비와 교통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또 다른 계약직인 ‘학원 강사’를 택했다. ‘투잡(two job) 비계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월 수입은 130만 원 남짓이다.
‘모두 정규직이 될 수는 없다.’
그는 이 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눈도 낮췄고, 마음도 단단히 먹었다. 계약직일지라도 열정을 다하겠다고. 취업 선택지에서 정규직 공채를 지운지도 오래다. 하지만 때론 서글프다. 정규직 사원들만 끼리끼리 어울릴 때, 타자기처럼 하루 종일 단순 작업만 하고 있을 때…. 이렇게 10년을 살다가 임금도 직급도 박제된 ‘비계인’이 되어있진 않을까 두렵다. ‘첫 직장이 곧 평생 계급’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땐 마음이 무거워진다.
카스트(인도의 신분제)같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계인’으로 살아가도 행복할 수 있을까? 그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