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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의 SNS 뒤집기] ‘필터버블’에 갇힌 장미대선 표심

입력 | 2017-04-18 15:02:00



5월 9일 ‘장미대선’ 표심이 ‘필터버블(거품장벽)’로 갈라서는 분위기다. 버블 속에 갇힌 민심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확증편향을 거듭해 후보별 네거티브 공방에 돌입했다. 장벽을 뛰어넘어 크로스체크(CrossCheck)가 절실한 시점이다.

※필터버블이란? 사람들이 비눗방울 같은 곳에 갇혀 있는 상태를 말하며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는 한번 걸러진 정보만을 접하게 된다는 뜻.

‘문재인 - 클리앙, 뽐뿌, SLR, 오늘의유머 등…
안철수 - 디시 주식갤러리, 디젤매니아, 아크로 등….
홍준표 - 일베, 유용원의 군사세계 등….’

한 누리꾼이 정리한 국내 주요 커뮤니티별 ‘대선후보 지지성향’이다. 시점별로 커뮤니티의 성향에 변동이 생기면 이를 포착해 업데이트하는 사람이 있지만, 위의 커뮤니티별 성향 분류에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누리꾼은 보통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곳을 찾아가 글을 쓰거나 공유하면서 그 안에서 결속력을 높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또한 마찬가지다. 페이스북 등 여러 SNS는 이용자의 선호에 맞춰 콘텐츠를 선별한 뒤 노출하는 알고리즘을 짜놓았다.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콘텐츠에 호응도가 높았던 이용자에겐 문 후보와 연관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유튜브에서 대선 토론 하이라이트 영상을 검색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전에 어떤 영상을 봤는지에 따라 홍준표 후보의 막말과 관련한 영상을 추천받는 이용자가 있고 반대로 홍 후보의 콜라 발언을 주제로 한 영상을 추천받는 이용자가 있다.


각각의 영상에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선거에 나오지?” “적폐의 온상이다” 또는 “캬아~ 홍준표의 콜라 발언!” “문재인이 말문이 막혔네” 등 영상의 성향과 비슷한 댓글이 달린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보의 취향 저격형 유통 구조는 이용자의 편향성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네거티브 공방이 심해지고 있는 지금의 대선 국면에선 편 가르기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별로 정치인의 팬덤화가 심해지고 그 결과, 유권자의 시선은 정책이 아닌 이미지 비평에 함몰될 수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빨리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인스턴트식 왜곡된 정보를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각각의 커뮤니티에는 “○○○ 후보의 유세현장 실상” “○○○ 후보 발언 소름” “○○○후보에 열광하는 시민들” 등의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유유상종하듯 비슷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공유하고 또 상대 후보를 깎아내린다.

문제는 그러는 와중에 특정 후보에 유리한(또는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의 맥락을 생략하거나 재편집했을 때이다. 장벽을 뛰어넘는 크로스체크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은 쉽게 왜곡될 수 있다. 그럼에도 “○○ 커뮤니티 유저가 침입했다. 강퇴 ㄱㄱ~” 등 한번 결속력이 생긴 커뮤니티는 반대 의견을 수용하기보단 방어하고 내치려는 성향이 더 강한 모습을 보인다. 자칫 다른 의견, 다른 사실을 확인해 제시했다간 마녀사냥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선 인터넷의 영향력을 두고 편향성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나온다. 이와 같은 부작용이 가짜 정보, 사실로 둔갑한 의견을 양산해 ‘디지털 리터러시(정보 등의 판별능력)’를 떨어뜨리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간관계, 지식정보의 확장성이란 인터넷의 장점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꼭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장미대선이 20여일 남은 지금, 유권자에겐 후보자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국정농단 사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이 원인이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많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런 시국에 문슬람, 안빠 등 불통과 연관된 표현이 온라인에 등장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확한 크로스체크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