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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종범의 진심, “정후야 실패도 경험이다”

입력 | 2017-04-19 05:30:00

넥센 이정후-이종범 해설위원(오른쪽).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MBC스포츠+ 이종범 해설위원에게 18일 넥센-SK전은 특별한 날일 것이다. 이 위원이 해설자로서 아들 이정후(19·넥센)의 경기를 처음으로 중계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때, 기회가 없지는 않았지만 정규시즌은 처음이다.

이 위원은 경기 전 취재를 위해 넥센 덕아웃을 들렀지만 이정후를 공개적으로 만나지는 않았다. 방송 관계자는 “이 위원이 이정후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혹시라도 아버지와 아들의 구도에 시선이 집중돼 이정후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을 배려한 것이다.

이 위원은 “이정후가 등장하면 나는 묵음 처리해 달라”고 농담을 섞어 담당 PD에게 부탁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이 됐을 법하다. 그러자 이날 같이 해설을 맡은 손혁 위원이 “이 위원이 이러면 나도 부담되어서 이정후 나올 때 말 못할 것 같다”고 웃었다.

과거 ‘이순철 해설위원이 아들 이성곤(두산)의 플레이를 호되게 질책하듯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이 위원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지적되겠지만 아들이라고 일부러 비판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앞으로 3년 동안은 이정후가 선수로서 만들어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야구장도 다 뛰어보지 않았다. 더울 때, 힘들 때도 뛰어봐야 한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에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해봐야 안다. 스스로 느껴야 한다. 정후에게는 이 모든 것이 실패가 아닌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아들 얘기는 일부러 말을 아꼈지만 “정후는 학교 때부터 훈련이 끝나면 따로 매일 300개씩 스윙을 하고 잔 아이”라는 말을 할 때에는 ‘천하의 이종범’도 어쩔 수 없는 누군가의 아버지였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정후가 입단한 뒤, 이 위원님 전화가 이상할 정도로 뚝 끊겼다. 야구장에서 나와 자주 만나지만 정후 아버지가 아니라 해설위원으로서 항상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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