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멕시코시티에서 지프를 타고 반나절가량 서쪽 도시로 이동한 적이 있다. 그 황량하고 척박해 보이는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산림선인장들의 거대한, 어떤 엄숙함마저 느껴지기까지 하던 풍경에 압도당했다. 기둥과 부채와 나뭇잎 모양의 선인장들은 기도하는 사람, 두 팔을 벌린 형상처럼 보였다. 그 후 선인장에 관해 알고 싶어졌고 기르고 싶어졌다. 그 무렵 찾아 읽던 책에서 일본 어딘가에 선인장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데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가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선인장이 중요한 상징으로 나오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장편 ‘왕국’을 읽고는 그만두고 말았지만.
며칠째 귀면각에 어울릴 만한 화분을 찾다가 하나 발견했다. 물론 토분이다. 토분은 보수와 통기성도 뛰어나지만 무엇을 심어도 식물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다. 마사토 배양토를 섞어 원통의 토분에 귀면각을 심었다. 바람과 햇빛, 물 주기 외에 어떤 점들이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그림도 액자에 따라 달라 보이듯 식물도 어떤 화분에 심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나. 토분 덕분에 꽤 근사하고 안정감 있어 보이는 귀면각 화분이 완성되었다. 이제 해도 들고 통풍도 되는 곳에 놓아두어야 할 텐데. 아차, 내 작업실에는 그런 데가 없지.
최근에 읽은 ‘교양 물건’이라는 책에서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성질’이라는 뜻의 ‘행동 유도성(affordance)’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다. 이를 테면 연필이라는 사물을 보면 쓰고 싶어지고 의자를 보면 앉고 싶어지는 마음의 작용. 새 토분을 찾다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친밀하고 익숙한 빛깔과 질감의 토분 때문에 선인장을 하나 더 심고 싶어진 것인지, 아니면 선인장이 더 갖고 싶어져서 토분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인지에 대해서. 또 나는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최근에 어떤 물건을 보고 ‘행동 유도성’을 느꼈는지.
조경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