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정상회담에서 “한국(Korea)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다. 시 주석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용납할 수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정했다고 해도 용납할 수 없다.
시 주석이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 주석은 2014년 서울대 강연에서 ‘바다 건너 제주도로 간 서복(徐福)’을 예로 든 적이 있다. 서복은 중국 진나라 진시황 때 불로초를 찾아 동방으로 갔다는 인물로,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온다. 서복이 제주도에 갔다는 건 전설에나 나오는 얘기다. 그러나 시 주석은 2006년 저장 성 서기로 있을 때 제주도를 방문한 이후 서복을 실존 인물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서복 이래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고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전근대(前近代) 시대 중국과 주변국은 조공(朝貢)관계를 맺고 있었다. 조공관계는 동아시아 역사에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보면 중국과 주변국이 마치 제국과 식민지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양에서 주권국의 외교관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역사학계의 통설이다. 서구 강대국과 약소국에는 힘의 차이에 따른 불평등한 관계가 있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강대국이 약소국을 식민지처럼 부릴 수 없었다. 조공관계가 그랬다.
중국은 수당(隋唐) 시절 고구려를 침공했다가 참패한 이후 한반도 거주민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다. 그래서 고려 시대에도 조선 시대에도 중국의 일부로 삼지 않고 주변국으로 놔두고 조공관계에 묶어둔 것이다. 이제 보니 시 주석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오늘날 북핵 해결과 남북통일에 장애가 되고 있지 않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