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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간도 완벽적응의 증거, 피칭메뉴와 투구수를 보라

입력 | 2017-04-20 05:30:00

한화 오간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오(5)월에 간다, 도미니카로.’

한화 외국인투수 알렉시 오간도(34)가 첫 2경기에서 1패, 방어율 8.38(9.2이닝 9자책점)로 고전하자 그의 이름을 딴 삼행시가 화제가 됐다. 180만 달러(약 20억5000만원)의 몸값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투구에 여기저기서 혹평이 쏟아진 탓이다. 투구수 70개를 넘기면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이 사라졌고, 피칭메뉴도 사실상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 피치’에 가까웠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3월26일 인천 SK전)에서 28구만 던지고 교체된 것도 투구수를 늘려야 하는 오간도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평소 진지한 성격의 오간도도 계속된 부진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한화 오간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피칭메뉴 다양화, 오간도를 바꿨다

오간도는 첫 등판인 4월1일 잠실 두산전에서 4.2이닝 만에 4실점하고 교체됐다. 직구 최고구속은 153㎞까지 나왔지만, 슬라이더 외에는 빠른 공을 뒷받침할 변화구가 부족했다. 체인지업과 커브는 사실상 보여주기 위한 공에 가까웠다. 2번째 등판인 6일 대전 NC전에서도 투구 패턴에 큰 변화는 없었고, 단번에 타이밍을 맞춘 상대 타자의 배트에 쉽게 맞아나갔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결정구가 없어 볼카운트 싸움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오간도의 변화는 12일 대구 삼성전부터 시작됐다.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이고 체인지업과 커브에 투심패스트볼을 추가했다. 특히 초구부터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으며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뺏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주무기인 빠른 공을 적극 활용하되 체인지업과 투심을 두려움 없이 던졌다. 그 결과 7이닝 5안타 6삼진 무4사구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7이닝 2실점을 기록한 18일 대전 LG전에서는 투심패스트볼을 28개나 던진 것이 주효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에 초점을 맞췄던 LG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화 오간도-김성근 감독(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오간도의 119구가 시사하는 것

오간도는 18일 경기에서 119구를 던졌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다. 특히 돋보였던 부분은 투구수가 늘어나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용택을 삼진 처리한 119번째 공도 시속 148㎞(직구)까지 나왔다. 투구수 60개를 넘기면 직구 구속이 140㎞대 초반까지 떨어지던 약점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오간도가 선발투수로 자리 잡아간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3년간(2014~2016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26경기에 모두 불펜으로 등판한 탓에 불거졌던 체력저하에 따른 우려를 스스로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도 오간도의 변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어제 6회가 끝나고 오간도를 교체하려고 했는데,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투수(LG 헨리 소사)와 맞대결이라 그런지 지기 싫어하더라”며 “이제 서서히 컨디션이 올라올 때가 되지 않았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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