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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의 뉴스룸]선거는 ‘직원’을 뽑는 국민 면접이다

입력 | 2017-04-20 03:00:00


문병기 정치부 기자

“대선은 국가의 사장이 아니라 직원을 뽑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파격적인 포스터를 제작해 화제가 된 ‘광고 천재’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나를 뽑아 달라’고 한다는 점에서는 대선 후보나 기업 지원자나 마찬가지다.

서로 잘 보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취업전선에서도 비(非)호감 지원자가 있기 마련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꼽는 최악의 유형은 면접 시간에 지각하는 지원자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에 시간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음으로 꼽히는 ‘꼴불견’이 성의 없이 대답하는 지원자다. “뽑아만 주면 뭐든 하겠다”며 허황된 약속을 남발하면서 정작 질문엔 동문서답하는 지원자라면 당연히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최근 잇따른 의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의 답변 태도는 면접관의 시각으로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논란을 대하는 문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1+1’ 서울대 교수 채용 문제에 대한 안 후보의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답변 태도 때문이다.

문 후보는 거듭되는 준용 씨의 채용 과정 및 해외연수 휴직 논란에 대한 해명 요구에 “10년간 라디오처럼 반복된 논란”이라고 치부한다. 과거에 이미 다 검증된 일을 무슨 의도로 다시 묻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날짜 대필 의혹, 공모 마감 이후 서류 접수 논란 등은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다. 그런데도 문 후보 측은 “더 이상 말꼬리 잡기 식 공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의혹 제기 자체에 선을 긋고 있다.

부인의 교수 채용 문제에 대한 안 후보의 해명도 ‘오십보백보’다. 김 교수가 서울대의 채용 공고 전에 관련 서류를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안 후보는 “이미 다 검증된 사안”이라는 입장만 반복한다. 안 후보 측에 날짜 관련 해명을 달라고 요청하자 한 관계자는 “그걸 다시 읊어야 하나. 2012년 국정감사에서 다 검증됐다”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대 국정감사 회의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관련 대목은 찾을 수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이런 의혹을 ‘흑색선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증을 빙자한 왜곡과 과장, 인신공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흑색선전이라면 이를 반박하는 ‘팩트’를 제시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안 후보가 딸 설희 씨의 재산 의혹이 일자 나흘 만에 재산 목록을 공개한 것처럼 말이다. 두 후보의 주장처럼 진작 검증이 끝난 사안들이라면 한 번 더 친절히 설명해주는 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닐 터다.

흥미로운 점은 두 후보 측이 서로를 향해서는 준용 씨의 특혜 취업, 김 교수의 1+1 채용 의혹을 각각 ‘제2의 정유라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프레임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자신의 의혹에 대해선 터무니없다고 일갈하고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면서 캠프의 ‘저격수’들이 대리전을 치르는 전형적인 진흙탕 싸움의 형국이다.

두 후보의 해명처럼 아무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감춰진 진실의 둑이 터지면 후과(後果)는 더욱 크다. 유력 대선 후보라면 더욱 그렇다.

문병기 정치부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