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정치부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파격적인 포스터를 제작해 화제가 된 ‘광고 천재’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나를 뽑아 달라’고 한다는 점에서는 대선 후보나 기업 지원자나 마찬가지다.
서로 잘 보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취업전선에서도 비(非)호감 지원자가 있기 마련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꼽는 최악의 유형은 면접 시간에 지각하는 지원자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에 시간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잇따른 의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의 답변 태도는 면접관의 시각으로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논란을 대하는 문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1+1’ 서울대 교수 채용 문제에 대한 안 후보의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답변 태도 때문이다.
문 후보는 거듭되는 준용 씨의 채용 과정 및 해외연수 휴직 논란에 대한 해명 요구에 “10년간 라디오처럼 반복된 논란”이라고 치부한다. 과거에 이미 다 검증된 일을 무슨 의도로 다시 묻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날짜 대필 의혹, 공모 마감 이후 서류 접수 논란 등은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다. 그런데도 문 후보 측은 “더 이상 말꼬리 잡기 식 공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의혹 제기 자체에 선을 긋고 있다.
부인의 교수 채용 문제에 대한 안 후보의 해명도 ‘오십보백보’다. 김 교수가 서울대의 채용 공고 전에 관련 서류를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안 후보는 “이미 다 검증된 사안”이라는 입장만 반복한다. 안 후보 측에 날짜 관련 해명을 달라고 요청하자 한 관계자는 “그걸 다시 읊어야 하나. 2012년 국정감사에서 다 검증됐다”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대 국정감사 회의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관련 대목은 찾을 수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이런 의혹을 ‘흑색선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증을 빙자한 왜곡과 과장, 인신공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흑색선전이라면 이를 반박하는 ‘팩트’를 제시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안 후보가 딸 설희 씨의 재산 의혹이 일자 나흘 만에 재산 목록을 공개한 것처럼 말이다. 두 후보의 주장처럼 진작 검증이 끝난 사안들이라면 한 번 더 친절히 설명해주는 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닐 터다.
두 후보의 해명처럼 아무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감춰진 진실의 둑이 터지면 후과(後果)는 더욱 크다. 유력 대선 후보라면 더욱 그렇다.
문병기 정치부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