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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故 손원일 제독 부인 홍은혜 여사

입력 | 2017-04-20 03:00:00

삯바느질로 전투함 자금 모은 ‘해군의 어머니’

해군 창설 내조… 한국군 첫 군가 작곡
6·25 직후엔 전사자 가족 생계 도와




해군 창설의 주역인 초대 해군참모총장 고 손원일 제독(1909∼1980) 부인으로 ‘해군의 어머니’로 불린 홍은혜 여사(사진)가 19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100세. 경남 마산 출신인 홍 여사는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음악과를 졸업한 직후였던 1939년 3월, 서울에서 수입품 취급 가게 남계양행(南桂洋行)을 운영하던 손 제독과 결혼했다.

1945년 11월 손 제독이 해군의 모체인 해방(海防)병단 창설을 주도해 초대 단장으로 부임할 당시 창설 과정을 묵묵히 도왔다. 손 제독이 1948년 창설된 해군의 초대 참모총장을 맡게 된 뒤부터는 해군을 위해 평생 헌신했다.

1946년 1월에는 해방병단 군인들이 일본 군가에 한글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한국군 최초의 군가인 ‘해방행진곡’을 작곡했다. 같은 해 10월엔 ‘바다로 가자’를 작곡했다. 두 군가 작사자는 모두 남편 손 제독이다.

홍 여사는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이자 6·25전쟁 발발 당일 해군이 보유한 유일한 전투함이던 백두산함을 1949년 10월 미국에서 구입할 당시 해군 장병 부인들과 함께 삯바느질을 하고 모금 운동을 하는 등 구매 자금 마련에 큰 기여를 했다.

6·25전쟁 기간에는 해군병원에서 해군·해병대 부상자들을 돌봤다. 1954년에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공장, 유치원, 식당 등을 지어 전사자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홍 여사는 지난해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군부인회를 조직해 전쟁고아, 해군병원 환자, 상이군경들을 위해 빨래와 밥을 해주고, 용변 보는 것까지 돌봐서 ‘해군의 어머니’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말했다. 홍 여사는 손 제독이 국방부 장관을 지낸 뒤 1957년 초대 서독대사로 부임하자 현지에서 ‘한국의 밤’ 행사를 여는 등 한국 문화를 유럽에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고인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83년 신사임당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손 제독 100주년 생일을 맞아 해군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특20호.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2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다.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 내 장군묘역이다. 02-3010-2295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