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민주화’는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일부 대기업과 권력의 ‘검은 거래’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경유착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재벌 개혁과 공정한 시장질서,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권 제한 등을 경제 개혁 과제로 내세웠다. 한국정책학회 대선 정책공약평가단은 “경제민주화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공약도 다분히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재벌 개혁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상법 개정을 통한 ‘투명한 경영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의 권한을 높일 수 있는 집중투표제와 주주총회 시 전자투표 의무화를 내걸었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자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약속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를 3년 안에 해소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보수 후보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를 막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이 규제 대상이지만 이를 20%로 낮추는 방안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기 위해 개인회사를 세우는 것을 아예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평가단은 문 후보에 대해 “최근 발표한 ‘제이(J)노믹스’ 구상이 경제정의 실현보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경제 상황에 따라 경제민주화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의지는 상대적으로 강력해 보인다”면서도 “공약을 실현하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기 위한 공약도 쏟아냈다. 문 후보는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 위원회’를 구성해 재벌의 ‘갑질’과 불법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이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도록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가단은 “두 후보 모두 ‘게임의 법칙’을 확보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도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