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환으로 활로 찾은 中企들

박성원 대경이앤씨 대표(오른쪽)가 직원들과 함께 교통신호기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정부로부터 경영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전환에 성공했다. 대경이앤씨 제공
울산 울주군에서 대형선박용 엔진 보조 장치를 만드는 중소기업인 ㈜엘피케이의 박태환 대표가 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국내 대형조선소들이 수주난을 겪으면서 엘피케이도 경영에 조금씩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2014년 즈음이었다.
박 대표는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데다 일본의 엔화 약세, 한국 근로자의 고임금 등 종합적인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 봤더니 조선업에만 다 걸면 위험하겠더라.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찾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통신호기 설치·유지보수 기업인 ㈜대경이앤씨도 발 빠르게 사업을 전환해 성공한 경우다. 대경이앤씨는 보행자가 있을 때만 신호를 바꾸는 교통신호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냥 길을 지나가는 사람과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을 얼마나 잘 구분해 내는지가 기술의 핵심이다. 최근 경기 부천시 부흥로 교차로에 처음 적용돼 시행되고 있다. 박성원 대표는 “신사업에 힘입어 회사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고 성과를 말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이하인 기업. 한마디로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못 갚는 처지의 기업들이다. 정부 정책자금 등 외부자금에 기대어 간신히 생명줄을 이어가는 것을 빗대 ‘좀비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체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경제가 작은 충격에도 취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다. 이에 정부는 창업·벤처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중소기업들이 더 큰 위기를 맞기 전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도록 돕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엘피케이와 대경이앤씨도 정부에서 사업자금을 지원받아 사업 전환 과도기를 넘겼다.
올해 정부는 12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업종을 전환하거나 신규 사업 비중을 3년 내에 30% 이상으로 바꾸는 중소기업에 신규 생산 설비·경영정상화 자금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특히 신청 기준을 완화하고 자금신청기간도 연장해 중소기업에 문을 더 활짝 열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산업계 변화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전략업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