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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文 비판 용납 못하는 야만적 ‘디지털 테러’

입력 | 2017-04-21 00:00:00


국민의당 박지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대위가 안철수 후보 폄하 메시지를 SNS에 집중적으로 확산하라고 지시했다”며 문 후보 측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주간 정세 및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안철수 검증 의혹 지속 제기, 바닥 민심까지 설파되도록 주력’이라는 항목 아래 “SNS 집중, 비공식적 메시지 확산: 예)안철수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갑철수’” 등의 지침이 담겨 있다. 박 위원장은 이런 메시지를 전파하는 역할을 한 것이 선거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희망포럼이라며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선대위의 공식 문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희망포럼은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단체인데도 ‘안 후보의 나쁜 영상과 문구를 주위에 알려야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포럼 대표인 장영달 공동선대위원장이 18일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선대위 차원의 행위가 아니라고 해도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문 후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거친 ‘문자폭탄’을 퍼붓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일 2차 TV토론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문 후보와 각을 세우자 어제 정의당 홈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마비됐다.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가수 전인권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적폐 가수’라는 공격을 받아야 했다. 오죽하면 민주당 경선에서 문 후보와 맞섰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한다’고 비판했겠는가.

진보진영 집회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노래 ‘헌법 제1조’에 나오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에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의사 표현은 상대방의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며 법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한다. 이른바 ‘문빠’라는 사람들이 퍼붓는 문자폭탄 등은 새로운 형태의 폭력이자 ‘디지털 테러’다. 자신들만 옳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을 공격해 SNS 세상을 무법천지로 만들어놓는 야만적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 문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이런 홍위병들이 야당이나 반대자의 입을 막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문 후보는 그제 TV토론에서 가수 전인권 씨가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공격받은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제가 한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어제 춘천에선 ‘미녀 북한응원단’의 성형수술 얘기를 했다가 성차별 논란이 일자 발언 3시간 만에 사과했다. 표 떨어질까 무서워 신속하게 사과한 문 후보가 지지자들의 반(反)민주적 디지털 테러는 허용한다면 통합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