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와 캐디는 ‘주종관계’가 아닌 ‘동반자’다. 그러나 캐디는 골퍼의 뜻에 따라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캐디를 잘 만난 골퍼는 성적이 좋아지고, 때에 따라선 캐디도 골퍼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물론 동반자의 길이 항상 좋게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제공 | KLPGA
■ 리디아 고 캐디 해고로 본 ‘캐디의 삶’
거리·경사·바람·잔디 정보까지 제공
오랜 신뢰 쌓이면 선수의 ‘멘토’ 역할
PGA 캐디중엔 100만달러 소득자도
국내에선 대부분 100만원대 주급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9개 대회 만에 캐디를 교체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호흡을 맞춰온 캐디 게리 매슈스(남아공)는 하루아침에 백수가 됐다.
국내투어에서도 조금씩 캐디가 전문성을 갖춘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종 억대 연봉의 캐디도 나오고 있다. 필드에서 선수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캐디는 어떤 존재일까.
사진제공|KLPGA
● 캐디의 역할은?
캐디의 하루는 바쁘다. 선수보다 먼저, 그리고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20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17시즌 개막전 동부화재프로미오픈 1라운드 현장. 오후 경기를 앞둔 캐디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오전 11시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우산, 비옷, 공을 닦을 수건을 더 챙기느라 바빠졌다.
겉으로 보이는 캐디의 역할은 단순하다. 그저 골프백을 메고 선수를 따라다니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캐디의 역할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완벽한 코스 파악이다. 정확한 거리부터 그린의 경사, 공이 떨어질 지점의 위치와 그 곳에서부터 그린까지 거리, 장애물 위치와 홀 주변 다양한 잔디 상태, 심지어 바람의 변화와 날씨까지 파악해 선수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선 경기 전 최소 2∼3차례씩 코스를 탐방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기가 시작되고 코스 안으로 들어가면 선수와 캐디는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선수는 오로지 캐디가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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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디의 수입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선 어지간한 선수들 못지않게 많은 수입을 챙기는 캐디도 있다. 타이거 우즈의 캐디였던 스티브 윌리엄스는 2007년 120만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그해 PGA 투어 상금랭킹 70위권에 해당했다. 2015년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뒀던 조던 스피스의 캐디 마이클 그렐러 역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해 스피스가 870만달러의 상금을 획득하면서 캐디의 수입도 약 90만달러에 이르렀다.
PGA 투어의 캐디들은 보통 기본급과 성적에 따른 보너스를 받는다. 예선을 통과한 순위에 따라 5∼7%, 우승하면 약 10%의 보너스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선수의 성적이 좋을수록 캐디의 수입도 늘어난다.
국내 캐디들은 고수익과 거리가 멀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캐디들 대부분은 연봉 개념이 아닌 주급제인 경우가 많다. 대회별 100만∼150만원의 비용을 받는다. 여기에 선수의 성적에 따라 약간의 보너스가 추가된다. 그러나 3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부러움을 사는 캐디가 등장하고 있다. 2014년 김효주(22)의 캐디로 일했던 서정우 씨, 지난해 박성현(24)의 캐디로 활동한 장종학 씨는 억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