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자 A14면 ‘한밤 갓길 귀가 3명, 만취 車에 참변’ 기사를 읽고 가슴이 아팠다. 가족과 지인 등 4명이 시골길을 걷다가 만취 운전자에 의해 3명이나 사망했다니 망연자실이다.
이 참담한 사고를 접하면서 예정된 사고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골길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차가 쌩쌩 달릴 때의 공포를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 대형 트럭이 지나가면 생명마저 위협받는 느낌이 든다.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보통의 시골길은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다. 기존의 시골길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보도는 한 사람만 걸을 수 있을 만큼 좁게 두었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포장해 놓으니 차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거침없이 달린다. 사고의 위험성이 불 보듯 뻔하게 되어버린 게 시골길이다. 이처럼 농어촌이 교통사고 다발지역의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그 지역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공포와 죽음의 시골길을 누가 만들었는가. 천편일률적으로 도로를 포장해 대한민국 땅을 하루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정책만 앞섰을 뿐, 현장조사에 대한 안일함이 오늘날의 비극을 초래했다. 오래전부터 시골길의 위험성이 제기되었지만 제대로 대책을 세운 적이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골길에 대한 안전 정책이 수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김정숙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