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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후보들의 ‘내 마음’ 이것이 궁금하다

입력 | 2017-04-22 03:00:00

선택 2017 대선 D-17… 대선후보들 이런게 궁금해요





《 선거는 자신의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누가 더 많이 끌어내느냐의 싸움이다. 흔히 이를 지지층의 충성도라고 부른다. 근본적으로는 후보자에 대한 애정이다. 정책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혹은 다른 후보가 싫어서 찍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강한 애정은 그 사람 자체에 끌리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유권자가 후보를 직접 만나 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해 다분히 사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후보 자신이 아니면 절대 답변할 수 없는 질문들을…. 질문은 ‘당신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36가지 질문’ 중에서 추렸다. 모두 7가지다.



1. 지금 집이 불에 타고 있습니다. 가족을 다 구한 이후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가지고 나올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가지고 나올 건가요?
2. 당신에게 ‘완벽한 날’이란 어떤 날인가요?
3. 부모님이 당신을 키운 방식 중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걸 바꾸고 싶나요?
4.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5. 어떤 주제든 베일에 싸여 있는 진실 한 가지를 말해주는 수정 구슬이 있다면 무엇을 알고 싶나요?
6. 당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과 가장 끔찍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7. 이 세상 어떤 사람과도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와 같이 먹고 싶나요?



본보는 후보들이 1번부터 5번까지 질문에 답한 내용을 소개한다. 6, 7번에 대한 답변은 23일 오후 4시 20분 방송되는 채널A ‘뉴스뱅크’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





상대를 제압해야만 자신이 살 수 있는 ‘5·9대선 콜로세움’에서 후보들은 모두 전사(戰士)일 뿐이다. 유권자는 그들의 전투력을 보며 국가의 미래를 맡긴다. 하지만 전투 뒤 막사에 홀로 남은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동아일보는 후보의 내면이 궁금했다. 전장(戰場)에 나선 그들을 움직이는 마음속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각 후보에게 ‘그 사람을 알기 위해 물어야 할 일곱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어요?’와 같이 후보 본인이 직접 답변해야 하는 질문들이다. 이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세간에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문수르’(문 후보가 금괴 200t을 보유한 갑부란 소문)가 된다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지금 집이 불에 타고 있습니다. 가족을 다 구한 이후 마지막으로 어떤 것을 가지고 나올 건가요?’라고 묻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012년 청춘콘서트 강연 때 한 학생에게서 받은 ‘1000마리 종이학’을 꼽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불에 타고 있는 집에서 ‘가족사진’을 가지고 나오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아내와 다투었다가 화해한 날”을 ‘완벽한 날’로 꼽아 ‘스트롱맨’의 여린 내면을 드러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언론사마다 많은 질문지를 보내 답변할 여력이 없다”고 밝혀 왔다.

이 질문들은 1997년 미국 뉴욕주립대 심리학자인 아서 에런이 친밀감에 관한 실험을 하기 위해 만든 36가지 질문 중 일부를 추린 것이다. 칼럼니스트인 맨디 렌 캐트런은 에런의 실험을 똑같이 따라한 뒤 실험 상대와 연애를 시작한 경험을 2015년 1월 9일자 뉴욕타임스에 칼럼(‘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으로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내일 아침 눈떴을 때 갖고 싶은 새 능력은… 문재인 “문수르 돼 실업 해결”, 안철수 “미래 보는 안스트라다무스”



후보들의 일상 대선 후보들은 언제나 냉철하고, 주변엔 사람들로 넘칠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들도 대통령 후보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자연인이자 때로는 고독한 ‘가장’이다. 위쪽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일상생활을 담은 모습. 각 후보 캠프 제공·동아일보DB


① 집이 불에 타고 있습니다. 가족을 다 구한 이후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가지고 나온다면? ※괄호 안은 기자의 첨언

文 “10년째 키우는 풍산개 마루”… 安 “학생이 준 1000마리 종이학”




▽문재인=
우리 마루(반려견)를 마지막으로 구해야 하지 않을까. (마루는 문 후보가 10년째 기르는 풍산개다.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는 “어릴 때 마루를 데리고 왔는데 밤새도록 울었다. 그러다가 마루 밑으로 찾아가더니 안 울고 잘 잤다. 그래서 ‘마루’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문 후보는 쉬는 날 마루와 산책하는 게 취미다.)

▽안철수=어린 학생이 직접 접어서 준 1000마리 종이학. 2012년 청춘콘서트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학생에게서 종이학이 가득 담긴 병을 받았다. 그 학생은 종이학을 건네며 “청년들의 희망과 기대를 담아 전합니다. 앞으로 좋은 정치 부탁드려요”라고 했다. 내가 왜 정치를 하게 됐는지, 어떤 정치를 해야 할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1000마리 종이학을 항상 가까이 두고 있다.

▽홍준표=만년필. 항상 가지고 다니는 만년필이 있다. 이 만년필로 늘 메모하고 글을 쓴다. 특히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구상하면서 글을 쓸 때 이 만년필이 꼭 필요하다. 이 만년필만 가지고 있으면 구상이 잘되고 글도 잘 써진다.(홍 후보는 연설을 할 때도 전체 연설문이 아니라 자신이 할 얘기를 적은 메모지만 가지고 다닌다.)

▽유승민=가족 사진. 가족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이자 인생의 커다란 목표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웃도, 사회도, 나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보수의 믿음을 갖고 있다.(유 후보는 자신만큼 유명한 딸 유담 씨의 귀가가 늦으면 직접 데리러 갈 정도로 ‘딸 바보’다.)




② 당신에게 ‘완벽한 날’이란 어떤 날인가요?


洪 “아내와 다투었다 화해한 날”… 劉 “세월호 인양 결정한 날 소중”




▽문재인=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양산 집에서의 어느 하루. 반려견 마루를 산책시키고, 텃밭에 물을 주고, 잡초 뽑고, 집 앞 개울에 발 담근 채 막걸리 한잔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런 하루. 요새처럼 바쁠 때면 그런 하루를 더욱 꿈꾸게 된다.(문 후보는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혼자 있을 때 자유롭고 편안하다. 걷는 걸 좋아하는데, 계속 걷다 보면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안철수=완벽한 날은 없다. 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벤처기업가로, 교수로, 정치인으로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중간에 실수가 많았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결국 성과를 만들어냈다. 앞으로도 완벽한 날이 없겠지만 국민만 바라보고 한걸음씩 나아가겠다.(안 후보에겐 ‘국민이 이기는’ 날이 완벽한 날일지도….)

▽홍준표=
아내와 다투었다가 화해한 날. 아내는 평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화가 나면 화해하기가 쉽지 않다. 몇 번이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검사 시절 아내에게 오후 11시까지 귀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딱 두 번 어겼는데, 두 번 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검찰청사 당직실에서 잠을 잤다. 그 뒤로는 검사장이 주재하는 회식이 있어도 오후 11시까지 집에 들어갔다.

▽유승민=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을 때가 완벽한 날이 아닐까. 세월호 인양 문제로 갑론을박이 있을 때 나는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 세월호 인양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인양에 반대하는 여론을 설득해 결국 인양을 결정한 날(2015년 4월 22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③ 부모님이 당신을 키운 방식 중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걸 바꾸고 싶나요?

洪 “잘못했을 때 야단쳐 주셨다면”… 劉 “아버지와 많은 추억 만들고파”





▽문재인=바꾼다기보다는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조금만 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나도 아버지께 좀 더 많은 얘기를 솔직하게 드렸다면 지금처럼 회한이 남지는 않을 것 같다.(문 후보는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아버지 하면) 불우한 시대를 만나 빼앗긴 삶, 전혀 다른 삶을 강요당한 인생, 그런 말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안철수=어떤 부모님이든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식들을 키우신다. 바꿔야 할 것이 있겠는가. 부모님께서는 내게 자율성을 주고 믿어주셨다. 그게 가장 큰 가르침이다. 의사, 벤처기업 경영자, 대학교수를 거쳐 지금 정치를 하고 있는데,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돌파함으로써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은 그런 부모님의 가르침이다.

▽홍준표=
어릴 때 기억으로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거나 꾸중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외동아들이다 보니 잘못을 해도 야단을 치지 않으셨다. 그러나 자식이 잘못을 하면 따끔하게 야단도 치고 꾸중도 해야 한다.(홍 후보는 입버릇처럼 “우리 엄마는 무지렁이처럼 살았지만 내 인생의 멘토다. 내 마지막 꿈은 엄마같이 착한 사람이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승민=부모님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많이 바쁘셨다. 나도 입시 준비 등 학교생활을 하느라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갖지 못했다. 특히 내 인생의 멘토인 아버지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것이 가슴에 아쉬움과 회한으로 남아 있다.(유 후보는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뒤 가장 먼저 부친 유수호 전 의원의 묘소를 찾았다.)




④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洪 “세상을 보는 혜안 생겼으면”… 劉 “인재 알아볼 줄 아는 용인술”




▽문재인=세간에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문수르’(문 후보가 금괴 200t을 보유하고 있다는 허황된 소문을 빗대 ‘문재인’과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의 동생이자 석유 재벌인 ‘만수르’의 합성어)’가 사실이라면, 그 금괴로 청년실업을 해결하거나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사업에 아낌없이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낭만적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안철수=예지력.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 의석수를 맞혔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도 사전에 예측했다. 그래서 ‘안스트라다무스’(안철수+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도 생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도자는 예측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형태의 ‘융합 혁명’이 일어나는 만큼 예측 능력이 있어야 철저히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홍준표=세상을 보는 혜안(慧眼)이 생겼으면 좋겠다. 혜안이 있으면 잘못 판단하지도 않을 것이고, 남에게 욕먹을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또 혜안이 있다면 모든 것을 잘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승민=나라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하고 유능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줄 아는 용인술이다. 성공한 정부와 실패한 정부는 지도자가 어떤 사람을 등용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재를 알아보고, 용인술에 실패하지 않는 능력을 갖고 싶다.




⑤ 어떤 주제든 베일에 싸여 있는 진실 한 가지를 말해주는 수정 구슬이 있다면 무엇을 알고 싶나요?

文 “어머니 고향 흥남 보고 싶다”… 安 “세월호 유가족에 양보할 것”




▽문재인=수정 구슬을 통해 듣고 싶은 것보다는 보고 싶은 게 있다. 북한이 싫어 고향을 떠난 부모님은 평생 고향 흥남을 그리워했다. 지금 그곳 풍광이 어떻게 변했는지,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어머니에게 살아생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문 후보는 “평화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아흔인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수정 구슬이 있다면 세월호 유가족들, 특히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기회를 양보하겠다. 미수습자 9분을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찾고 싶다.(해양수산부는 18일부터 선체 내부로 진입해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선체 내부에 구조물과 폐기물 등이 가득 쌓여 수색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나의 미래.(홍 후보의 답변은 네 글자가 끝이었다. 아마도 5월 9일 대선 결과와 그 이후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무엇보다 궁금하지 않을까. 홍 후보는 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나는 변호사 자격도 있고 편히 살면 된다. 그런데 나라가 너무 위태로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의 출마는 위태로운 나라 구하기 운동”이라고 했다.)

▽유승민=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싶다. 보수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안보 위기 속에서 한반도를 안정시키고 통일을 앞당기는 방법은 무엇인지,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지, 국민이 보다 잘살고 행복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상세하게 듣고 실천하겠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김정안 채널A 기자 / 정당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