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민관합동 4차 산업혁명 대응 조직으로 이미 지난해 초 ‘신산업 민관협의회’가 출범했고, 연말에는 전기·자율차, 사물인터넷(loT) 가전 등 12개 유망 신산업과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80조 원이 넘는 과감한 투자를 계획 중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다보스포럼과 한미 통상장관회담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과감한 규제 개선이다. 가치의 흐름을 읽고 AI, loT, 로봇 등 파괴적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건 민간의 몫이다. 정부는 스마트한 규제정책으로 초기 시장 창출을 도와야 한다.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경쟁에 맞닥뜨린 한국은 세계 최고의 모바일 플랫폼과 전자의무기록, 보험청구자료를 가지고도 데이터 규제와 원격의료 규제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법제가 시장을 못 쫓아가니 헬스케어(health-care)가 아닌 질병치료(sickness-care)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네거티브 규제 심사제를 도입해 신산업 분야 271개 규제 중 255개(94%)의 개선안을 확정했지만 핵심 규제는 여전히 손도 못 대고 있다.
셋째, 수요기업, 공급기업, 금융기관, 나아가 규제당국까지 참여하는 융합 플랫폼 구축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감안할 때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비즈니스 모델과 규제·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표준화, 인프라,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논의하는 협업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의 연계능력이 특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주력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초고령사회가 눈앞이다. 하지만 우리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렇게 좁은 지역에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산업이 모두 집적된 국가가 또 있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리아 루트를 여는 주역은 마음껏 상상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업이다. 더욱 기민하고 스마트한 정부로 4차 산업혁명을 향한 기업의 대장정을 뒷받침해 나가겠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