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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얼마 남지않은 4차 산업혁명의 골든타임

입력 | 2017-04-24 03:00:00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40년이면 스마트 로봇이 100억 대를 넘어 세계 인구보다 많아진다고 했다. 이미 집안 살림은 물론 바리스타, 스시맨(초밥 요리사)도 로봇이 대신한다. 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가고 있다. 빌 게이츠의 주장으로 뜨거워진 ‘로봇세’ 논쟁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대변혁의 전조에 불과하다. 최근 유럽의회가 로봇에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까지 통과시켰다. 곧 사람답게 살자가 아니라 로봇답게 살자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민관합동 4차 산업혁명 대응 조직으로 이미 지난해 초 ‘신산업 민관협의회’가 출범했고, 연말에는 전기·자율차, 사물인터넷(loT) 가전 등 12개 유망 신산업과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80조 원이 넘는 과감한 투자를 계획 중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다보스포럼과 한미 통상장관회담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과감한 규제 개선이다. 가치의 흐름을 읽고 AI, loT, 로봇 등 파괴적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건 민간의 몫이다. 정부는 스마트한 규제정책으로 초기 시장 창출을 도와야 한다.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경쟁에 맞닥뜨린 한국은 세계 최고의 모바일 플랫폼과 전자의무기록, 보험청구자료를 가지고도 데이터 규제와 원격의료 규제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법제가 시장을 못 쫓아가니 헬스케어(health-care)가 아닌 질병치료(sickness-care)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네거티브 규제 심사제를 도입해 신산업 분야 271개 규제 중 255개(94%)의 개선안을 확정했지만 핵심 규제는 여전히 손도 못 대고 있다.

둘째, 정책 자원도 성과가 날 수 있는 곳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미국은 AI, 일본은 로봇, 독일은 스마트 공장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한국도 성장루트를 개척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AI 원천기술 확보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AI 구동과 관련되는 반도체, 2차전지 등 경쟁력을 갖춘 업스트림 분야의 차세대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또 오픈소스 AI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가전, 자동차, 공장 등 세계적 제조기반을 갖춘 다운스트림 분야의 경쟁력을 더 높이고 신산업을 조기에 창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셋째, 수요기업, 공급기업, 금융기관, 나아가 규제당국까지 참여하는 융합 플랫폼 구축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감안할 때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비즈니스 모델과 규제·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표준화, 인프라,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논의하는 협업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의 연계능력이 특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주력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초고령사회가 눈앞이다. 하지만 우리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렇게 좁은 지역에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산업이 모두 집적된 국가가 또 있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리아 루트를 여는 주역은 마음껏 상상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업이다. 더욱 기민하고 스마트한 정부로 4차 산업혁명을 향한 기업의 대장정을 뒷받침해 나가겠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