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때 합리적 보수-온건진보 안철수 “문재인과 이념 갭 느꼈다” 국민에 부담 주는 10·4선언… 국보법 폐지에 평화협정까지… 북한과 같은 주장하는 이유 뭔가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념 밝힐 책무 있다
김순덕 논설주간
그 후 지금까지 안철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념에 대해 말한 적도, 공개적으로 질문한 적도 없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존중해서인지, 오찬 사흘 뒤 국민소통자문단장 등이 “자신과 이념적 편차가 있다고 했던 후보를 적극 지원하기로 손잡는 것을 보고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장래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명을 날렸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대체 어디서 이념 차이를 느꼈는지 궁금해 후보 사퇴 이틀 전에 열렸던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찾아봤다.
역시 두 사람이 격하게 부딪친 건 대북(對北) 공약이었다. 대통령 취임 첫해 남북정상회담, 금강산관광 무조건 재개 같은 문재인의 공약에 대해 안철수는 “국민의 공감 없는 회담은 남남갈등이 생길 수 있다” “대화를 통해 관광객 보호 확약을 받은 뒤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야말로 상식적인 얘기다. 그러나 문재인은 “남북관계 개선을 말하면서 전제조건을 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거칠게 반박했다. 요즘 정치용어로 치면 적폐세력이라는 공격이다.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 의제와 공동성명, 합의문 등을 총괄적으로 준비한 사람이 문재인이었다. 그는 2011년 자서전 ‘운명’에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한다”면서도 “우리가 추진하고자 했던 의제들이 대부분 합의문에 담겨 있어 만세삼창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했다. 2012년 대선 직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 일어났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도 10·4선언 합의 사안이었다. 어제 문재인이 밝힌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는 “해양자원 공동 이용으로 서해안 동해안 어민들 피해를 막겠다”는 비슷한 내용이 또 들어 있다.
어제 TV토론에서 문재인은 ‘북한인권결의안 북한에 물어보고…’ 파문을 제2의 NLL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대선 뒤 ‘터무니없는 사실’로 밝혀졌는데 또 되풀이한다는 거다. 그렇지 않다. 2013년 6월 24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해 “NLL은 바꿔야 한다”는 노무현 발언을 확인해준 바 있다. 이번에 대선 후보로 나온 그는 “그 합의를 이행했다면 북한 잠수함이 인천 앞바다까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며 핵심적 역할을 했던 문재인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안철수는 문재인의 이념이 무엇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대체 왜 문재인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실상 반대부터 국가보안법 폐지,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까지 북한과 거의 같은 주장을 하는지 국민은 알아야겠다.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임을 자부하는 문재인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10·4 선언을 환영하면서, 북한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명’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왜 자꾸 딴소리를 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안철수는 5년 전 문재인과의 이념 차이를 알면서도 유권자에게는 문재인을 찍으라고 했던 전과(前過)를 속죄하기 위해서도 문재인의 이념을 국민 앞에 밝혀내야만 한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