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들의 행진’ 펴낸 이황직 교수
이황직 교수는 “한학자(漢學者)로만 알려졌던 여러 유교 지식인들이 사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벌인 불굴의 투사였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1일 만난 저자 이황직 숙명여대 기초교양대 교수(48)는 “유교는 기독교나 사회주의 계열 못지않게 근현대 정치운동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망각됐다”고 말했다.
유교 정치운동에 대한 이해는 연구자들도 구한말의 위정척사운동과 항일 의병, ‘파리 장서운동’(1919년 유림이 파리강화회의에 조선의 독립을 청원한 운동)에서 멈추는 게 보통이다. 책은 이후의 과정을 추적해 나간다.
책은 또 심산 김창숙 선생 등이 이승만 독재에 저항하며 유교계가 정권의 탄압을 받아 분열되지만 1960년 4·19혁명을 전후해 활성화돼 4·25 교수단 시위를 조직화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유교는 일제와 맞서는 과정에서 민본(民本)사상이 민주로, 대동사상이 평등으로, 폭군방벌론(인의를 버린 군주는 백성이 축출할 수 있다는 것)이 시민혁명론으로 발전했다”며 “이 모두 유학의 정명(正名)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은 청교도주의를 17세기 영국 시민혁명을 이끈 급진 정치학의 기원으로 분석한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왈저의 저서 ‘성자들의 혁명’에서 따왔다. 이 교수가 대학원생 시절인 20년 전부터 염두에 뒀던 것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박사 과정에서 정인보, 함석헌 선생의 사상을 연구하며 ‘한국의 근대는 도덕적 혁신을 통해서 이뤄진 윤리적 근대’라는 결론을 냈다.
그는 유교의 ‘관계의 윤리’는 근대적 개인의 탄생을 저해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주목할 측면이 있다면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라는 말을 꺼냈다. “예컨대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문제에 대한 일종의 법가(法家)적인 접근이지요. 효과는 있겠지만 교원은 월급 받는 만큼만 가르치는 직장인으로, 사제 관계는 계약관계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게 정말 사회가 나아지는 것일까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