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많은 광고판을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에 기억에 남는 광고판은 몇 안 된다. ‘시각 공해’라 불릴 정도로 옥외 광고판은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길가에 광고판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19일 낮 12시 반 서울 논현역 2번 출구. 사인스피닝(Sign Spinning) 국내 랭킹 8위 김대영 스피너(22)는 거리를 무대 삼아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사인스피닝은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편이지만 화살표 모양의 광고판을 돌리는 옥외광고이자 스포츠이다.
사인스피닝은 기발하게 옥외 광고를 하길 원했던 두 괴짜 미국 청년의 손에서 탄생했다. 2001년 당시 고교생이던 맥스 듀로빅과 마이클 케니는 방과 후 샌디에고에 있는 한 샌드위치 가게를 홍보하는 알바(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광고판을 들고 돌아다니는 게 전부였다.
이 일이 지겹고 따분하게 느껴지자 두 사람은 광고판을 던져보고, 춤을 춰보기도 하면서 주위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샌드위치 가게의 매출은 급증했고 둘은 이 지역의 스타가 됐다. 둘은 ‘애로우 애드버타이징’이란 회사를 차려 옥외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사인스피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스트림 스포츠의 일종으로 소개되며 젊은층에 큰 호응을 얻게 된다.
사인스피닝이 국내에 들어온 건 2008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강문수 씨 등 6명은 학과 수업 중에 소개된 사인스피닝 영상을 보고 애로우 애드버타이징의 한국 지사격인 ‘애로우애드 코리아’를 차렸다.
이들은 이 기발한 옥외 광고 활동을 하는 동시에 매년 개최되는 국제 사인스피닝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쌓고 있다. 국내에서는 매년 1월 서울에서 한국사인스피닝챔피언쉽(KSSC)가 열린다. 이 대회 우승자는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월드사인스피닝챔피언십(WSSC)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국제 대회에서 톱 랭커가 된 국내 스피너는 2015년 박준환(6위), 2016년 한병욱 스피너(5위)가 있다.
김 씨 같은 스피너는 현재 전 세계 12개국에 20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최근 이들의 활동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누리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왜 이들이 주목받고 있는지 큐리오스가 동행 취재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