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서류전형 깜깜이 잣대에 불만 폭발
4월 초 한 대학가에 설치된 청년앵그리보드. 백일장 버금가는 막대한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받고도 달랑 몇 줄의 불합격 통보를 보내는 기업에 성난 청년들의 목소리가 가득 적혀 있다.
청년 구직자들은 보통 적게는 3000자, 많게는 1만 자가 넘는 자기소개서를 낸다. 몇 년 전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글자 수가 9000자였던 한 건설사는 회사 이름을 따 ‘○○백일장이 열렸다’는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다.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긴 글을 냈지만, 떨어진 이유도 모르고 어떤 사람을 뽑는지도 모르니 답답하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취재팀은 전현직 인사팀 관계자들을 만나 왜 이렇게 불투명한지 문의했지만 답을 듣기 어려웠다. 대외 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익명을 전제로 대답한 몇몇 관계자의 발언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꽤나 도움이 될 만했다. A카드사 인사팀 전직 관계자는 “최종 합격자 학교별 비율이 정해져 있다. 서울대 40%, 연세대 고려대가 40%, 나머지 20% 중 마지노선은 홍익대 라인”이라고 답했다. 토익 고득점자를 요구한다는 말은 없지만, 900점 미만 지원자는 탈락이라고도 설명했다.
자기소개서 평가를 오래 맡은 한 담당자는 “기업 이름을 잘못 쓰면 가차 없다”며 “반말보단 존댓말, 개인적 일화보다는 경력과 관련된 담백한 이야기 위주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실제 인사, 총무팀 직원을 뽑는다고 ○명이라 공고를 내지만 1명을 뽑거나 아예 안 뽑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내부 직원을 통해 인사 정보를 알아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취재팀이 수집한 채용 관련 생생한 정보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angryboard)을 통해 연재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