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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고양이를 농락하는 쥐

입력 | 2017-04-25 03:00:00


《쥐는 일개 하찮은 짐승인데 형세를 의지하고 있으니 고양이가 이를 쫓아내지 못하는구나

夫鼠乃一卑汚之物而托得其勢猫不能去之
(부서내일비오지물 이탁득기세 묘불능거지)

―김중청 ‘구전집(苟全集)’》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중청이 벼슬에서 물러난 뒤, 시골에 작은 집을 하나 빌려 살았다. 집이 오래되고 후미진 곳에 있어서 쥐가 많았다. 쥐들은 찍찍거리며 이리저리 활보하는 것이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직접은 어찌해 볼 방법이 없어 이웃집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빌려왔는데, 이 고양이가 어두운 틈과 장독 밑 등 쥐가 있을 만한 곳을 헤집고 다니다 큰 쥐 한 마리를 잡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났더니, 그날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쥐가 얼씬하지 못하여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고양이가 며칠 밤만 더 있으면 영원히 쥐에 대한 해악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고는 고양이를 잘 먹이고 집에 두게 하였다. 그런데 밤에 다시 쥐가 나타나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더니 소나무 서까래 사이에 몸을 의지하고는 찍찍대며 나무를 갉아댔다. 고양이가 으르렁대듯 울어대고 쏘아보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쥐는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것이 날로 심해졌다. 급기야 고양이의 머리 위로 오줌을 싸기까지 하였고, 고양이는 더욱 미쳐 날뛰다가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갔다.

김중청이 지은 ‘쥐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鼠猫說)’에 보이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탄식이 나오지 않겠는가. 더럽고 하찮은 쥐이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형세를 의탁하고 있으니 제 아무리 날랜 고양이라도 이를 쫓아내지 못하고, 도리어 큰 수모까지 겪게 되었다고 개탄하였다. 그리고 아마도 이 해악이 더욱 심해져 나무를 다 갉아대고 집을 무너뜨리고 난 뒤라야 그만둘 것이니, 고양이도 소용없고 자신도 어쩔 방법이 없다는 말로 글을 맺고 있다.

해악을 끼치고 있지만 교묘히 형세에 의지하고 있는 이런 상황을 속 시원히 해결할 방도가 진정 없는 것인가. 저자의 문집에는 이에 대해 더 이상의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상황이 언제라도 있을 수 있으니, 후인들이라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한번 제시해 봄 직하다.



김중청(金中淸·1567∼1629)의 본관은 안동(安東), 호는 구전(苟全)이다. 문과에 급제하여 사헌부 감찰, 승정원 승지 등을 역임하였다.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때에는 의병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