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집중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상사에게 지시를 받고, 부하들이 일을 똑바로 하는지 관리하고, 또 동료들의 잡담을 들어주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작 나 자신에게 중요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오늘도 야근이다. 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내는 과학자와 장인(匠人)들은 다르다. 상위 1%의 천재들은 이기적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과감하게 주변과의 인간관계를 상당 부분 포기한다. 자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대표적이다. 그는 1940년대와 1950년대 코넬대와 캘리포니아공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는데, 자신을 ‘적극적으로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애썼다. 학교에서 입학사정위원회 같은 업무회의에 들어오라고 하면 ‘전 무책임한 사람이라 안 돼요’라고 손사래를 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동료 교수들의 미움은 받았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파인먼은 탁월한 연구 업적으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신간 ‘딥 워크’(민음사)의 저자인 칼 뉴포트는 앞으로 이렇게 집중해서 일하는 습관, 이른바 ‘딥 워크’가 모든 직장인들에게 중요해질 것이라 말한다.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기업에서 중간관리자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을 만큼의 지식과 전문 역량을 쌓아야 하고 그러려면 집중해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