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열 번째 이야기
취준생 김다희 씨(숙명여대 졸·삽화) 고백
대학 졸업 무렵, 한 친구가 민망한 단어를 알려줬다. ‘고추스펙’…. 남성 성기인 ‘고추’가 영어나 학점만큼 구직시장에서 중요한 조건이라는 소리다. 벼랑 끝 취업전선에 몰린 26세의 여성 구직자에게는 이 이야기가 심각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는 ‘토익 커트라인이 900점이라면, 여자는 930점은 맞아야 안전하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높은 영어 점수는 노력해서 만들 수 있지만, 날 때부터 없는 고추를 억지로 만들 순 없는 일인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몇 달 전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어렵게 해당 회사의 현직자를 찾아 ‘어떤 질문이 나오나요?’ ‘주의할 점은 뭐죠?’ 한창 묻고 있는데, 그가 말했다. “우리 회사는 남자를 많이 뽑아요. 지난해에도 70%가 남자였어요.”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금수저에 이어 넘지 못할 벽 하나가 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특별취재팀 angrybo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