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육아, 행복한 아이]<3>아이 발달 돕는 ‘놀이 지도’
자녀와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부담을 느끼는 부모가 많다. 주말에 놀이동산에 가는 게 나은지, 장난감을 사주고 놀게 하는 게 좋은지 고민하는 식이다. 놀이지도 전문가는 “아이가 놀기 원하는 순간을 다음으로 넘기지 말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에 함께 참여하며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교육부 인가 평생교육원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가 진행한 4월 부모교육의 주제는 ‘놀이 지도’였다. 19일 서울 마포구 한솔교육 본사에서 이미현 행복교육연구소 교육이사(보건복지부 클로버 교육 강사)가 부모,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각종 놀이 방법과 놀이의 효과에 대해 강연했다.
○ 놀이로 자기주도형 아이 만들기
손가락 인형 놀이부터 비가 내린 흙탕물 위를 첨벙거리기, 심지어 책 읽기도 아이가 재미를 느낀다면 모두 ‘놀이’다. 외동아들 혹은 딸을 키우는 부모는 아이와 놀 사람이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놀면 된다.
이 이사는 “아동의 자기주도 능력은 놀이를 통해 기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놀이란 아이가 즐거움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서 하고 싶은 만큼 한다면 자기주도 능력이 저절로 길러진다는 얘기다. 놀이 시간이나 안전 수칙 등을 미리 정하고 지키도록 하면 더 좋다.
다 놀고 난 뒤 정리하는 과정도 놀이로 승화시킬 수 있다. 부모가 함께 놀던 도구를 정리하면서 자녀에게 “우리 블록 전달 놀이 할까? 자, 전달!” “우리 장난감에게 집 찾아주기 놀이를 해볼까?”라고 말해보자. 아이는 정리도 또 하나의 놀이로 인식할 수 있다. 정리를 마치면 “와!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정리를 했더니 금방 깨끗해졌네. 우리 정말 대단하다!”는 식으로 소통해보자. 부모가 자녀에게 “넌 할 수 있어” “파이팅” “드디어 해냈구나” “(엄마 혹은 아빠는) 네가 성공할 줄 알았어”라고 격려해주면 아동은 놀이를 통해 성취를 경험한다.
놀고 난 후 정리정돈을 할 때 ‘놀 수 있는 권리’를 누리려면 정리정돈이라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설명해주면 좋다. 아이가 스스로 정리를 할 수 있도록 교구장이나 선반, 바구니 등에 사진, 그림, 기호, 글씨 등으로 표시를 해서 스스로 가지고 놀던 도구를 제자리를 두는 방법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이 이사는 “사람은 1000억 개의 뇌세포를 가지고 태어나 영아기에는 필요한 신경세포를 남기고 필요 없는 것은 가지치기를 한다”며 “이 신경세포를 촉진하는 것은 감각”이라고 말했다. 아동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끼고 맛보도록 하는 모든 활동이 뇌를 자극하고, 이는 곧 발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동기에 피부접촉, 손놀림 등 다양한 감각자극이 필요한 이유다.
만 6세 미만 미취학 영·유아의 뇌 발달을 위해서는 ‘오감 교육’을 통해 최대한 많은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좋다. 이 이사는 “아이는 뭐든 입으로 집어넣는데, 아이에게는 입이 곧 눈”이라며 “깨끗한 것, 먹어도 해가 없는 것이면 입에 넣는 것을 적극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역을 입에 넣어보고,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놀이가 한 예다.
놀이는 아동의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아이가 아빠 팔뚝에 매달려 강의 돌다리를 건너면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아동의 팔 근육도 강화되고, 끈기도 향상시킬 수 있다. 그 외에 풍차 돌리기, 발바닥 싸움, 거실 운동회 등도 아동의 신체 발달을 위한 놀이가 된다. 이 이사는 “아이가 몸을 움직이면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기억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도구를 준 뒤 스스로 창의적인 놀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건 인지력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가족과 떠나는 여행이나 규칙이 있는 게임,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 등은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