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안태은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꿀팁
구 기자> 오늘의 사연은 ‘산업재해(산재)’에 관한 겁니다. 회사에서 산재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직장인의 사연이에요.
안태은 노무사> 결론부터 말하면 산재 신청은 회사의 동의가 없어도 근로자가 할 수 있어요. 회사는 근로자가 신청한 재해경위 등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뿐 산재 신청의 주체가 아니거든요.
구 기자> 그래요?
구 기자> 전자야 누가 봐도 일하다 다친 거라서 산재 인정을 받기 쉬울 텐데 후자는….
안태은 노무사> 맞아요. 그래서 사고성 재해의 경우 혼자서도 충분히 산재를 신청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질병성 재해라면 노무사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재해 원인, 이를 입증할 자료, 증언 확보, 의학적 검토, 판례 등 법률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일반 직장인이 혼자 하기에는 쉽지 않은 작업이죠. 그렇다고 공단이 직권으로 해주지도 않고요.
구 기자> 점심시간이나 회식 중 다친 건 산재로 볼 수 있을까요?
안태은 노무사> 중요한 건 ‘일과 관련이 있느냐’예요.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야유회, 회식…. 얼핏 보기에 일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회사가 시킨 일이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산재로 볼 수 있어요. 회식을 예로 들어볼까요. 회사에서 시켜서 1차 회식을 갔어요. 2차는 우리끼리 가자고 했다가 거기서 사고가 났다면 산재로 볼 수 없겠지만 2차를 가면서 부장이 카드를 줬다면 이건 다퉈볼 여지가 있겠죠. 얼마 전에는 회사 거래처와의 3차 노래방 회식도 업무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어요. 피해자가 거래처 부장을 만나 막걸리집, 호프집에 이어 노래방까지 가서 접대성 회식을 하고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던 중 바닥에 넘어져 두개골이 골절된 사건이었는데요. 대법원은 “이 회식이 업무 협의와 접대 목적인만큼 업무수행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어요.
안태은 노무사> 출퇴근 시간은 원래 재해 처리가 되지 않아요. 공무원은 예외지만요. 그런데 법이 바뀌어 일반 직장인도 출퇴근 사고에 산재가 적용돼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를 참고하면 되는데, 이 법률조항 일부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적용돼요.
구 기자> 사실 판단하기 애매한 게 ‘과로’와 ‘스트레스’에 대한 부분이잖아요.
안태은 노무사> 맞아요. 이게 회사에서 얼마나 일을 많이 했고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고 눈으로 보이지도 않거든요. 과로의 경우는 노동부 판단 기준이 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반드시 그 기준으로 판단하지는 마세요. 스트레스의 경우는 업무 실적 압박, 고객이나 동료와의 문제 등이 있었는지를 주변에 물어보고 요인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요. 이 과정에서 업무와 관련된 점이 드러나면 자살 같은 사고도 산재가 될 수 있어요. 재해가 발생했을 때 여러 요인을 체크해 봐야 하고, 사례가 굉장히 다양해 ‘이러면 산재이고 이건 산재가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구 기자> 산재 신청을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좋죠?
안태은 노무사> 관련기관을 찾아가는 게 가장 좋아요. 근로복지공단에서 1차로 절차나 보상에 대한 상담을 받고, 어렵다 싶으면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야죠. 산재 발생일로부터 3년 내에 접수하면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술이나 자료를 확보하는 게 어려워지니 산재인 것 같으면 바로 상담받기를 권할게요. 신청은 나중에 하더라도 자료는 모아둬야 하니까요. 그리고 회사가 산재 신청을 해준다고 해도 모든 것을 맡기지는 마세요. 재해 경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추후 손해배상 청구의 기초가 되니까 재해 경위서를 읽어보고 이상한 부분은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