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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베이스볼] SK 이홍구, 박경완의 ‘2번째 제자’가 되다!

입력 | 2017-04-28 05:30:00

SK 박경완 배터리코치(왼쪽)와 포수 이홍구가 27일 잠실 LG전에 앞서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홍구는 최고의 안방마님이 되기 위해 박 코치의 강도 높은 수비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SK의 경기 전 풍경을 보다 보면, 눈에 띄는 장면들이 몇 가지 있다. 외국인감독인 트레이 힐만이 직접 배팅볼을 던지는 게 가장 이색적이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이 하나 있다. 박경완 배터리코치의 ‘강훈련’이다.

경기 전이지만, 박 코치는 주로 백업포수를 데리고 맹훈련을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선수의 체력과 출전상황에 맞춰 훈련을 진행한다. 대부분 박 코치와 함께 훈련한 포수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나중엔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가 되지만, 박 코치는 “몇 개지?”라면서 끝없이 선수를 독려한다.

이렇게 탄생한 첫 번째 작품이 현재 KIA의 주전포수 김민식(28)이다. 지난해 백업포수로 처음 풀타임을 뛰면서 수비력이 일취월장했다. 주전포수 이재원(29)의 뒤를 받치는 역할이었지만, SK에서 ‘트레이드 불가 자원’으로 못 박을 정도로 애지중지 키운 포수였다.

시즌 초 SK는 그런 김민식을 떠나보내면서 4대4 대형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민식은 곧장 주전으로 성장했고, SK는 한때 KIA의 주전포수 이홍구(27)를 반대급부로 받았다. 이홍구는 이재원의 뒤를 책임지고 있지만, 김민식이 그랬던 것처럼 박 코치와 함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레전드 포수’로 평가받는 SK 박경완 배터리코치(왼쪽)가 KIA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이홍구를 붙잡고 지도하고 있다.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이적한 김민식을 강훈련으로 포수로서의 기틀을 잡은 박 코치는 이제 이홍구를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만들기 위해 강훈련을 시키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쌍방울에서 ‘연습생 신화’를 쓰고 KBO 최고 레전드 포수 반열에 오른 박 코치는 조범현 전 kt 감독의 ‘애제자’였다. 쌍방울 시절 조범현 코치가 박경완을 조련하기 위해 근처로 이사가 밤마다 놀이터에서 훈련을 한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박 코치는 자신이 배웠던 것처럼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혹자는 경기 전 훈련이 많다고 지적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박 코치는 “(이)홍구는 KIA에서 거의 주전으로 뛰다 왔다. 지금은 (이)재원이가 먼저 나가기 때문에 출장시간이 줄어든 만큼, 훈련으로 그걸 메워줘야 한다. 선발출장하는 날 외에도 1~2이닝씩 맡기도록 감독님께 건의하는 것 역시 그 차원이다. 그냥 두면 선수에게 마이너스다”라고 밝혔다.

박 코치가 매일같이 훈련강도를 높이진 않는다. 이홍구가 선발출장하는 날은 주전 이재원처럼 최소한의 훈련만 소화한다. 또한 3연전 중 하루 정도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관리를 한다.

이홍구도 묵묵히 박 코치의 지도를 따르고 있다. 이적 후 연일 홈런포를 터뜨리며 방망이로 주목받았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이홍구는 “코치님께서 힘들면 말씀하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자꾸 방망이로 주목 받기보다 포수는 수비로 보여줘야 한다. 아직 난 수비가 많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27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SK 박경완 코치와 포수 이홍구.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는 다리가 풀릴 정도로 훈련을 소화했다. 블로킹 등 기본적인 수비훈련을 한 뒤, 좌우로 움직이는 훈련을 할 때엔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홍구는 “이전까진 버틴 것 같은데 오늘은 진짜 다리가 풀렸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KIA에 있을 땐 주전으로 나갈 때가 많으니 경기 전에 이 정도로 훈련하지 않았다”는 그는 “내가 선발출장한 날 실점이 많아 그게 제일 신경이 쓰인다. 지금 블로킹 미스는 많이 줄었다. 도루저지와 달리, 블로킹은 온전히 포수의 잘못 아닌가. 코치님이 강조하시는 부분이기도 하고, 가장 신경 쓰다보니 한 번 정도 나온 것 같다.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포수 이홍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처음엔 주변에서 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더라. 그런 이미지는 본인이 만드는 것이라고 홍구한테도 말해줬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정말 곰 같다. 둔해서가 아니라, 묵묵히 운동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트레이드가 본인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하루에 1~2이닝만 나가더라도 그게 정말 큰 차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홍구도 계속 준비를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27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SK 박경완 코치와 포수 이홍구.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박 코치와 이홍구를 각각 만나 얘기하면서 또 다른 ‘스승과 제자’의 탄생이 기대됐다. 박 코치는 “사실 내 목표는 홍구를 곰 같은 여우로 만드는 거죠”라며 웃었다. 과연 이홍구가 박경완의 2번째 제자가 될 수 있을까.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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