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술-논술형 문항만 출제… “사고력-문제해결 능력 키워야” 부산교육청, 국내 첫 파격적 실험 일각 “취지 공감하지만 혼란 우려”
내년부터 부산지역 초등학교에서 보는 시험에는 객관식 문항이 출제되지 않는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27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부산의 모든 초등학교(308개교)에서 객관식 문항 출제를 금지하고 서술·논술형 문항만 출제하도록 지침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산의 초등학교는 상·하반기 각 2차례, 모두 4차례 일제형 지필평가를 보는데 주관식과 객관식 문항이 섞여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초등학교의 평가 방식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상황에서 이 같은 지침을 내린 것은 부산이 처음이다.
김 교육감은 “주입식, ‘정답 고르기’식 교육이 지속되면 암기만 하는 수동적인 학습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침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산의 초등학교 교사는 “객관식을 없애 사고력을 키우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다소 성급한 것 같다”며 “시범학교에서 최소한 1년 이상 여유를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다시 객관식 시험에 적응해야 할 텐데 조금 혼란을 느낄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다른 학부모는 “교사들이 수업방식을 서술형, 논술형 문제에 맞게 바꾸기 위해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며 “오히려 논술학원 같은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의 평가 방식은 시도교육청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수행평가와 지필고사 비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되도록 지필고사는 보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학생기록부에도 학생의 석차를 표기하지 않고 서술형 평가만 기록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객관식 시험이 없어지면 평가의 공정성 시비같이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논란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는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기 위해 초등학교에 수행평가 비중이 전체 평가점수의 50% 이상이 되도록 했다. 각 과목 평가를 할 때 과제 제출과 모둠 발표 같은 수행평가 비중이 50점을 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초학력지원시스템 문제은행을 운영해 우수 서술·논술형 평가문항 풀을 제공하고 있다. 또 수행평가 및 서술·논술형 평가 방식에 적합한 초등평가 전문가를 150명 넘게 양성했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