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랑 보수표’ 결집이냐 기권이냐… 투표율 최대 변수

입력 | 2017-04-28 03:00:00

[선택 2017/대선 D-11]양강구도 휘청… 투표율 비상




5·9대선의 승부를 가를 투표율은 보수 표심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서 시작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으로 계속 떠돈 10∼20%가량의 이른바 보수적 ‘난민(難民) 표심’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느냐, 아니면 투표를 포기하느냐에 이번 대선의 투표율과 결과가 달려 있다는 얘기다.

○ ‘난민 표심’은 얼마나 되나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8, 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85.0%에 달했다. 실제 투표율이 85%에 이른다면 1987년 대선(89.2%) 이후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게 된다. 문제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20% 중반대로 주저앉으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1강(强) 체제로 대선 구도가 다시 바뀌었다는 점이다. 문 후보 지지층이나 나머지 후보 지지층 모두 반드시 투표해야 할 이유가 점점 약해지는 셈이다.

박빙의 승부 양상이 깨지면서 보수 표심도 다시 방황하고 있다. 동아일보 조사에서 ‘적극적 투표층’ 중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8.8%였다. 이들은 실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중 상당수가 보수 성향 유권자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자 중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은 9.8%에 이른다.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도 보수층의 ‘갈대 심리’가 잘 드러난다. 박 전 대통령 투표자의 무려 45.6%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거나 ‘모르겠다’고 했다. 문 후보 투표자 중 ‘갈대 응답’은 23.1%에 그쳤다.

이런 상황은 보수층에도 낯선 일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대구에선 79.7%가 투표에 참여해 80.1%의 표를, 경북에선 78.2%가 투표에 참여해 80.8%의 표를 박 전 대통령에게 몰아줬다. 하지만 동아일보 조사에서 TK(대구경북)의 47.2%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대선 투표율 상승을 이끈 TK가 얼마나 응집하느냐에 이번 대선 투표율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TK의 ‘적극적 투표층’은 79.6%(동아일보 조사)로 다른 지역과 비교해 가장 낮다.

○ 젊은층의 ‘이중성’도 관건

2012년 대선 당시 50대의 투표율이 82.0%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 이상(80.9%), 40대(75.6%), 30대(70.0%), 20대(68.5%) 순이었다. 젊을수록 투표율이 낮았다. 젊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가면 그만큼 투표율도 올라갈 가능성이 큰 셈이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5, 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투표 참여를 연휴 계획보다 먼저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88.7%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투표 먼저’ 응답 비율이 20대가 91.7%로 가장 높고 40대(89.4%), 30대(89.3%), 50대(87.3%), 60대 이상(86.7%) 순이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실제 투표율의 역순이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젊은층의 투표 참여 의지가 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지지 후보 변동’ 가능성도 20대가 가장 크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조사에서 20대의 56.3%는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투표 참여 의지는 강하지만 지지 후보에 대한 충성도는 가장 약한 세대다. 후보들이 20대의 마음을 끌어당기지 못한다면 투표율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2012년 대선 당시 투표율 상승을 견인한 50대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 세대’로 꼽힌다. 하지만 동아일보 조사에서 ‘적극적 투표층’은 50대(80.1%)가 가장 낮았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50대 중도·보수와 20대가 이번 대선 투표율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