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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내 작품 중 가장 열려있고 자유로운 솔로 앨범”

입력 | 2017-04-28 03:00:00

서울서 11집 ‘Open Book’ 녹음… 美 재즈 피아노 거장 프레드 허시




서울 대학로에서 녹음한 신작을 9월에 내는 미국 재즈 피아노 거장 프레드 허시. 뉴욕의 전설적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는 75년 역사상 최초로 단일 연주자에게 일주일간의 피아노 독주 무대를 내줬다. 2011년의 일이다. 허시가 그 주인공이었다. 동아일보DB

미국 재즈 피아노 거장 프레드 허시(62)가 서울 대학로에서 녹음한 정규앨범을 9월 내놓는다. 해외 정상급 대중음악인이 한국 녹음을 전 세계에 정식 발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녹음한 내 11집 ‘Open Book’을 9월 8일 CD와 LP로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작은 9월 12일 미국에서 출간되는 허시의 첫 자서전 ‘Good Things Happen Slowly: A Life In and Out of Jazz’에 맞물려 나온다.

앞서 이달 초 서울에서 기자와 만난 허시는 “한국 녹음을 차분히 다시 들어본 뒤 내 음악인생 최고 수준이 안 되면 앨범으로 내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작년 11월 1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JCC콘서트홀에서 홀린 듯 약 20분짜리 자유 즉흥연주를 했는데 내 종전 연주와 완전히 다른 작품이 나왔다”면서 “그 곡을 음반의 중심 트랙 삼아 나머지 곡을 붙여보기로 했다. 그 곡을 녹음한 같은 공간, 같은 피아노로 나머지 곡들을 녹음하려 다시 서울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허시는 녹음 뒤 “이제껏 내 작품 중 가장 열려 있고 자유로운 솔로 앨범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허시는 가장 과소평가된 재즈 거장이다. 평단 일각은 다양한 즉흥연주 능력에서 그가 키스 재럿(72), 브래드 멜다우(47·이상 미국)를 앞선다고 본다. 허시는 1986년 에이즈 진단을 받고 1993년 재즈 연주자 중 최초로 커밍아웃을 했으며 작은 음반사에서 주로 활동했다. 올해까지 그래미상 후보에 최근 6년간 7회, 통산 10회나 올랐지만 한 번도 수상 못한 이유를 이 같은 배경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그는 9월 나오는 자서전에 굴곡진 삶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고백을 담겠다고 했다.

허시는 “그래미상은 인기투표에 가깝다”고 일갈했다. “조이 알렉산더(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14세 피아니스트)에게 수상을 내주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에요. 건강요? (에이즈 투병 때문에) 20년째 매일 33알의 알약과 인슐린을 투약 중이지만 지금 건강은 괜찮습니다.”

신작은 허시가 JCC콘서트홀에서 지난해 11월과 이달 펼친 공연 실황과 무관객 연주 녹음 중 추린 7곡으로 구성됐다. 앞서 언급한 19분 30초짜리 곡엔 ‘Through the Forest’란 제목을 붙였다. 허시는 “한국 외에 다른 곳에선 연주한 적 없는 텔로니어스 멍크의 ‘Eronel’, 빌리 조엘의 ‘And So It Goes’도 담았다”고 했다.

4세 때 피아노 연주, 8세 때 작곡을 시작한 허시는 20대에 평단을 놀라게 하며 재즈계에 등장했다. 아트 파머, 조 헨더슨과 연주했고 교육자로도 이름 높다. 멜다우 역시 그의 제자다. 허시는 “혁신도 중요하지만 재즈의 전통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 세태에 일침을 놨다. “처음부터 재럿, 멜다우를 모델 삼아 현대적 재즈만 추구하는 젊은이들도 있죠. 하지만 전통을 완전히 이해하고 좌절과 도전을 거듭해야만 재즈 예술가라 불릴 수 있습니다.”

전통과 파격을 오가는 허시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거장인 멍크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멍크의 핵심을 이해하면서도 멍크와 다른 연주로 멍크를 재해석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언젠가 멍크의 전곡을 저의 솔로 피아노로 풀어낸 전집을 내보고 싶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