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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던져도 믿을 구석”… “잘 던져도 가시방석”

입력 | 2017-04-28 03:00:00

방망이 전폭 지원 류제국… ‘벙어리 냉가슴’ 비야누에바




흔히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투수 원맨쇼가 곧 승리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없다면 허탈하게 마운드를 내려올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올 시즌 재기를 노리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류현진(30)은 불운하다. 류현진이 4경기에서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다저스 타선의 득점 지원은 1.25점(9이닝 기준)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정규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캔자스시티 이언 케네디(0.75점), 시카고 화이트삭스 호세 킨타나(0.80점)에 이어 세 번째로 득점 지원이 빈약했다. 961일 만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던 25일 경기에서도 류현진이 6회 더그아웃으로 물러날 때까지 다저스는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비야누에바

KBO리그에서는 한화 비야누에바(34)가 류현진과 비슷한 처지다. 올 시즌 5차례 등판한 비야누에바의 득점 지원은 1.44점으로 정규 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낮다. 다시 말해 9이닝 동안 2실점을 해도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다는 의미다. 비야누에바는 평균자책점 2.30의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도 1승 3패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직전 경기(23일 kt전)에서 14득점 맹타를 휘둘렀던 한화 타선은 비야누에바가 등판한 25일 경기에서는 2득점에 그쳤다. 계속된 불운에 경기 이튿날 김성근 한화 감독이 비야누에바를 따로 불러 격려했을 정도다. 넥센 한현희(24) 또한 3차례 선발로 나서 0점대 평균자책점(0.93)을 기록했음에도 빈약한 득점 지원 탓에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류제국

반대로 올 시즌 타자들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건 LG 류제국(34)이다. 9.93점의 득점 지원을 등에 업은 류제국은 올 시즌 다섯 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수확했다. 다승 공동 선두다. 비야누에바의 평균자책점이 류제국의 기록(2.79)보다 좋은 걸 감안하면 비야누에바로선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에이스 투수의 경우 상대 에이스 투수와 맞대결을 펼치는 일이 많다 보니 득점 지원에서 재미를 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 또한 완전한 설명은 못 된다. 시즌 초반 두산 니퍼트, KIA 헥터 등 에이스들을 상대한 비야누에바는 25일 경기에서는 271일 만에 선발로 돌아온 롯데 송승준과 맞붙어 6이닝 3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이날도 팀 타선은 침묵했다.

투수 출신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즌 초라 득점 지원의 차이가 커 보이지만 결국 일정 수준으로 수렴하기 마련이다. 관건은 득점 지원이 약할 때도 꾸준히 승리를 챙기면서 선발 자리를 지켜낼 수 있느냐다. 에이스 투수와 보통 투수의 차이가 여기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