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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좌담]후보 혹독한 검증 필요… 왜 태도 바꿨나 파고들어야

입력 | 2017-04-28 03:00:00

조기 대선과 언론 책임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4일 본사 회의실에서 ‘조기 대선과 언론 책임’을 주제로 토론했다.왼쪽부터 이진녕 미디어연구소장, 강무성 조화순 위원, 이진강 위원장, 신용묵 안민호 김광현 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장미 대선이 임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도 타 후보 비방 경쟁은 이전 못지않게 치열하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4일 ‘조기 대선과 언론 책임’을 주제로 토론했다.》
 

―통상 대선 준비 기간이 1년 정도 되지만 이번 대선은 사실상 두 달 정도밖에 안 됩니다. 최근 동아일보 대선 보도는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아쉬운 점은 어떤 것인지 짚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진강 위원장=
이번 대선은 일정이 앞당겨진 특수 상황을 감안해서 보도를 해야 하는데, 그냥 이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최근의 대선 언론보도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조화순 위원=대선 기간이 짧아 후보들의 정책공약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여러 이슈가 선거운동과 함께 휩쓸려 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비판받았던 여러 문제가 대선 직전에 많이 노출이 되었는데 이런 점을 어떻게 수정해 나갈 것인가 하는 토론이 있어야 하는데도, 선거구호 속에 묻혀 가는 것 같습니다.

이 위원장=이번 대선의 특수성은 박 전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등으로 새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는 것입니다. 그런 대선이라면 대선 후보들이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끔 이 나라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유권자에게 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언급은 없고 남북 문제, 경제 문제 등 이전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동아는 이번 대선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까.

김광현 위원=동아일보는 ‘보수 진보 어디든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이번 대선을 양자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이 적절한지,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지면을 할애해야 하는지 등 제작 과정에서 고민해야 하는 점도 적지 않습니다.

신용묵 위원=4월 17일자 보도 중 국정을 맡으면 우선 수행할 것 5가지를 후보별로 정리한 기사는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봅니다. 이후에도 더 나은 정보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계방송처럼 넘어가는 흐름이 되어버렸습니다. 세밀한 보도가 필요한데 뭉뚱그려지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독자가 검증할 수 없는 만큼 언론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안민호 위원=보궐선거 성격인 데다, 언론도 익숙하지 않은 정치 구도로 인해 보도에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다섯 개 주요 정당의 정책을 검증하려 하니 산만해지고. 대결 구도가 명확하지 않아 언론도 어떻게 보도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상황이 이전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강무성 위원=3월 14일자에 ‘대한민국 뉴 리더십 세우자’라는 시리즈 기사를 다뤘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통찰력, 문제 해결 능력, 유연성,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는 어젠다를 제시한 것은 공감이 갔습니다. 하지만 이후 보도는 후보자의 구설수 쪽으로 흘러 버렸습니다. 통찰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 후보자의 자질에 집중해서 보도해야 했는데 아쉬운 점입니다.

이 위원장=4월 22일자에 ‘대선 후보들 이런 게 궁금해요’ 기사는 후보자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고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선 후보라는 것을 전제하고 물어보니까 어떻게 말해야 표를 더 얻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답변한 것 같아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안 위원=저도 그 기사를 눈에 띄는 기획으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다섯 명을 나열 식으로 해놓으니까 후보들에게 돌아갈 지면의 양이 적어, 한 명씩 돌아가면서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 위원=지금 언론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을 혹독하게 검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쪽 캠프에서는 이런 얘기를, 저쪽 캠프에서는 저런 얘기를 듣고 양쪽 입장을 공평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에 충실하다 보니 오히려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후보가 정책을 바꿨다면 왜 바꿨는지 제대로 검증해야 합니다.

안 위원=미국 언론의 팩트 체크는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팩트 체크는 그야말로 팩트여야 합니다. 후보의 발언이나 대변인들이 말하는 내용 중에서 사실과 다른 것, 구체적인 팩트를 체크합니다. 우리 언론은 대상을 너무 넓게 잡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4월 15일자 팩트 체크를 보면 ‘∼에 가깝다’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는데, 이는 스스로가 팩트 체크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가짜 뉴스가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죠.

신 위원=가짜 뉴스를 통해 타 후보를 나쁜 사람이라고 부각시키는 것은 언론이 앞장서 바꿔야 합니다. 후보의 구설수에 집중해서 보도하고 있으니 나쁜 점을 부각시키는 가짜 뉴스가 자꾸 나오는 측면이 있습니다.

강 위원=비방과 관련된 보도 대신에 긍정적인 점을 많이 제시해줘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후보자의 철학이 무엇인지, 인간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위원장=4월 20일자 방송토론 관련 기사를 보면, 다른 신문들은 불꽃 튀는 토론이라고 했지만, 동아일보가 ‘3약(弱) 협공에 문-안 2강(强) 토론 대결 묻혔다’라고 문제점을 꼭 짚어 보도한 것은 눈에 띄었습니다. 4월 22일자 후보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사도 좋은 사람 뽑자는 것과 맥락이 같습니다.

조 위원=4월 22일자 1면 제목, ‘송민순 문건 대선판 뒤흔든다’에서 대선 판을 흔든다는 것은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송민순 문건에 대해 문 후보가 명확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유권자 입장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명확히 짚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제목만 읽으면 독자들은 다른 문건처럼 뭔가 좀 의도되고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겁니다.

안 위원=미디어 이론에 ‘적대적 미디어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선거도 일종의 게임인데 특정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독자의 경우 어떻게 보도해도 적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 위원=이번 대선은 준비 기간이 짧아 각 당이 공약집도 제대로 안 내놓은 선거입니다. 언론의 공약 검증이 부족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안 위원=살펴보면 정책 이슈나 공약 검증에 관한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것은 여러 명의 후보를 나열 식으로 다루다 보니 심도 깊게 할 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청년에게 일자리를’이라는 기획기사는 대선 기사라고 하긴 어렵지만 차기 정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정책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 내용입니다.

강 위원=
소수당의 정책도 유권자에게 알릴 기회는 있어야 합니다. 지지율로 두 후보를 압축해서 보도하는 것보다, 다른 후보의 좋은 정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선이 안 되더라도 다른 후보가 채택할 수도 있는 것이죠.

조 위원=대선 후보들이 언론과의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해야 하는데, 언론들이 순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고적 투표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투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자리 등 공약을 실질적으로 만든 캠프의 주요 인사를 인터뷰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봅니다.

신 위원=독자 입장에서는 경쟁지와 차별화된 내용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지지율이 높은 사람 두 사람, 진보 정당 두 사람, 보수 정당 두 사람 이런 식으로 비교해 차별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위원장=차기 정부는 임기가 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과거처럼 청문회 절차를 끌면 안 되니, 출범하는 첫 내각에 한해서만이라도 신상 헐뜯기를 지양해 가급적 빨리 출범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대타협하라는 메지지도 필요합니다.

조 위원=각 당 후보들의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고 봅니다. 대선이 국내 이슈 중심으로 흐르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이 위원장=앞으로 남은 대선 기간에 동아일보가 방향을 잘 잡아 독자들이 알고 싶은 내용을 충실히 보도해 주길 기대합니다.
 
정리=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김문희 인턴기자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