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中에 배신감 느끼고 있을 北
북핵 문제를 외교의 최우선으로 두고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강해 보인다. 국무부 국방부에 흩어져 있던 대북 관련 기능과 조직들까지 통폐합 중이라고 한다. 백악관에서는 맨 왼쪽엔 대화(평화협상), 맨 오른쪽엔 전쟁 시나리오까지 포함한 모든 실행 플랜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시용 ‘쇼’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북 정책 바탕에는 “북핵 저지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을 타격해도 좋다”는 미 국민들의 과반수 지지(65%·퓨리서치센터)가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어떤 짓을 해도 중국은 우리를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믿어온 김정은은 원유 공급을 축소하고 자신에게 외과 수술식 타격까지 용인하겠다고 하는 중국의 변화된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딜레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도한 핵개발과 핵무장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김정은이 집권 후 5년간 미사일 개발에만 1조268억 원, 핵무기 개발에는 1조2000억∼1조7000억 원을 썼을 것이라 추정한다. 5년 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만 해도 1100억 원어치다.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핵을 안고 스스로 자빠질 날도 머지않았다. 공포 정치는 반드시 권력의 경직화를 수반한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정찰총국과 보위성의 충성 경쟁이 외부에 드러났다. 황병서, 최룡해, 김원홍 등의 ‘너 죽고 나 살기’식 권력투쟁은 언제든 정권을 흔들 수 있는 뇌관이다.
한미일 팀워크 깨면 안 된다
북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한미일의 압도적 무력 앞에서 김정은은 일단 꼬리를 내렸다. 도발을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게임의 룰이 바뀐 상황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ICBM 개발로 미국과 일본을 북핵 당사자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ICBM의 저주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