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끔찍… 조만간 재협상 하거나 폐기” “美가 한국 보호… 10억달러 내라” 트럼프 “통보”에 정부는 부인… 軍 “미국 부담 원칙 변함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사드는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짜리 시스템이다.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이미) 통보(inform)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는 한국을 보호해주는데 왜 미국이 그 돈을 내느냐.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고(unacceptable) 끔찍한(horrible) 한미 FTA는 조만간(very soon)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은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요구 사이에 끼인 ‘북핵 샌드위치’ 신세로 주도권을 상실한 ‘코리아 패싱’ 현상이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2분간의 인터뷰에서 무려 5차례 ‘왜 미국이 사드 비용을 내야 하느냐’고 말하며 한국의 비용 부담을 주장했다. 특히 “한국 정부에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통보했다. 한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혀 한미 간 이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미국 측에서 ‘사드 비용을 내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방부는 “양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 유지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반박했다.
트럼프는 한미 FTA에 대해선 “사실 지금 (인터뷰에서) 이미 재협상이나 폐기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최근 방한했을 때 나를 대신해 이미 이런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은 기존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문병기·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