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어제 “집권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세력과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을 배제한 ‘비박-비문 공동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에게 공동정부준비위원장 자리를 제안했다. 선거 판세가 ‘문재인 1강’ 독주로 흐르자 막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안 후보의 공동정부 구상은 그동안 주장해온 ‘대통합·대탕평’ 구상을 보다 구체화하고 기존 통합정부론을 ‘개혁공동정부’라는 타이틀로 바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에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연대를 통해 승리한 뒤 구성한 ‘DJP 공동정부’에서 따온 듯하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통합정부’라는 명칭 아래 차기 정부 구상을 밝힌 데 따른 대응 성격이 짙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그동안 반패권주의를 역설해온 김 전 대표에게 공동정부 구성 준비를 위임함으로써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가시화했다는 점이다. 정당 간 연정이나 분권형 개헌에 부정적인 문 후보와의 차별성을 드러낸 것이다.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총리도 국회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총리 추천을 국회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역시 문 후보의 ‘비영남 출신 총리’ 제안에 대한 맞대응이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40%)와 안 후보(24%) 간 지지율 격차는 16%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불과 2주 사이에 안 후보 지지율은 11%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위기에 몰려서야 부랴부랴 내민 듯한 공동정부 카드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의원 40명에 불과한 국민의당 집권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